이정민이 제주의 바람을 마음껏 즐기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반기 개막전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8억원) 첫날 8언더파 맹타 신바람을 냈다.
이정민은 9일 제주 오라 컨트리클럽 동‧서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잡아 8언더파 64타를 쳤다. 오전 조 10번 홀(파4)에서 출발한 이정민은 리더보드 맨 윗자리를 독차지했다.
이정민이 이날 최고의 샷 감을 보인 건 다소 의외다. 오전부터 오라 컨트리클럽에는 제주의 바람이 기승을 부렸다. 다른 선수들이 바람 때문에 애를 먹을 때 이정민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평소 바람 부는 날을 좋아하기 때문. 이정민은 탄도가 낮은 샷을 구사해 바람 부는 날 오히려 경쟁력이 더 있는 선수다.
경기를 마친 뒤 이정민은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바람이 없는 날보다 바람 부는 날을 좋아해서 내가 구상했던 샷을 많이 할 수 있어 좋았다”며 “탄도가 낮은 샷을 구사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에 비해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성공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다른 선수들은 날리는 샷이 많이 나오는데 난 그렇지 않아 자신감을 더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우승 소식이 없었던 이정민은 그간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하고 싶은 스윙을 하려고 쫓아가다가 잘 안됐다”면서 “하고 싶은 스윙과 할 수 있는 스윙이 엄연하게 다르다는 걸 깨달은 뒤 이제는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3주간의 휴식기간 동안 깨달음에 확신을 갖게 된 경험도 했다. 이정민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디 오픈 챔피언십을 참관하며 크게 느낀 점이 있었다. 그는 “그들과는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다. 너무 다른 플레이를 하고 있고, 따라 할 수 없었다”며 “대회를 자주 나가서인지 문화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여유 있어 보였고, 경기에 모든 걸 걸고 집중하기보다 주위를 둘러보고 갤러리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괜히 톱 플레이어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해야겠다’는 다짐에 확신이 든 계기였다.
이정민은 “그동안 2라운드에서 너무 방어적인 플레이를 했던 것 같다. 내일부터는 공격적으로 임할 생각이다. 다행히 내일은 오늘보다 바람이 더 강하게 분다고 하더라. 기대가 된다”라며 싱긋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