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51층 대회의실은 일본 수출규제 업계 설명회에 참석한 관계자로 가득했다. 이날은 한국무역협회와 전략물자관리원 주최로 전자정보통신과 석유제품 분야 설명회가 열렸다.
전략물자관리원 관계자가 마이크에 입을 대자 첫 줄부터 빼곡히 채워진 책상 위에서 볼펜 수십 개가 춤을 췄다. 국제 수출 통제 체제에서 무기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품목, 일본이 수출 통제한다는 전략물자와 비전략물자는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주최 측은 분야별 설명회에 대책이 없다는 보도를 의식한 듯 취지를 재차 강조했다. 임채욱 전략물자관리원 선임연구원은 “일본 수출 통제 제도 이행 시 변화와 유의점에 대한 설명”이라며 “이번 일본 조치에 대한 정책이나 지원 방안을 말하는 자리는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강조했다.
임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규제 기준과 규제 대상 품목 확인 방법을 상세히 설명했다. 우선 한국 기업은 거래처가 일본 정부가 인증한 자국 내 자율 준수기업(Internal Compliance Program・ICP)인지 학인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돼 통상 1주만에 전략물자 수입을 포괄적으로 허가받아왔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돼 일반국가가 되면 ‘특별일반포괄허가’를 이용해 기존 1주일 처리기간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상 90일이 걸리는 개별허가를 거쳐야 한다. 특별일반포괄허가 사용자격은 ICP 기업에만 있다. 전략물자관리원은 일본 내 ICP 기업을 약 1300개로 추산한다. 현재 회사 동의를 얻어 공개된 ICP사는 630여개다. 한국 기업들이 전략물자관리원에 문의하면 해당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통제대상 품목을 확인하려면 일본 내 수출자에게 직접 전략물자와 캐치올(허가 필요한 비전략물자) 여부를 묻거나 자신들에게 판정을 받으라는 안내도 이어졌다.
1시간짜리 설명회 이후 30분짜리 질의응답은 민감한 정보가 오간다며 비공개로 전환됐다. 문을 나서는 기업인 표정은 일말의 기대와 불안이 뒤섞여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7월 1일 일본의 수출 규제 방침이 나오자마자 일본 협력사와 문제를 논의해왔는데 오늘 설명회가 도움 됐다”며 “다음에 설명회가 열리면 다시 찾겠다”고 말했다.
전자 분야에 종사한다는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설명회 내용을 일본 회사와 공유하며 해결책을 찾겠다”며 “다음 설명회에 또 올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사태 초기부터 일본 업체와 머리를 맞대왔고 누군가 대책을 알려주기를 간절히 기다려왔다. 그 사이 청와대는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버티라고 했고, 대통령의 거북선횟집 식사를 홍보했다. 일본 수출 규제 분야별 설명회는 지난 달 29일 시작됐다. 이마저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제도설명이 필요하다는 업계 요청에 따라 업종별 협회 주관으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생각에 잠긴 전자 분야 관계자에게 다시 물었다. 도대체 일본이 당신 사업에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1층으로 내려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한숨과 비장함이 뒤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십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