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폐업 농부 행세'로 FTA 피해지원금 타낸 영천시 공무원 적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업인 피해 보전을 위해 지급하는 폐업지원금 담당 공무원이 자신을 피해 농업인으로 속이고 1억6000만원가량의 지원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3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지방자치단체 전환기 취약분야 특별점검Ⅳ'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경북 영천시 공무원 A씨는 2015년 1월~2017년 6월 B동사무소에서 'FTA 피해보전직불금과 폐업지원금' 지급대상자 선정업무를 담당했다.

A씨는 직속 상관인 C동장과 주관부서인 영천시 업무담당자 D씨가 자신이 올린 결재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점을 악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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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자신이 노지포도를 재배한 적이 없어 폐업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님에도 본인과 배우자, 지인 등을 농림사업정보시스템에 폐업지원금 등 지급 대상자로 허위 등록했다.

이를 통해 A씨는 2016년 1월~2017년 6월 영천시로부터 폐업지원금 등 총 1억5827만원을 지급받아 부동산 구입 등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했다.

A씨는 영천시 소속 통장에게도 이 같은 방식으로 폐업지원금 등 2014만원을 부당하게 타내도록 도와주고 사례금 명목으로 300만원을 받았다.

A씨는 자신의 비리를 숨기기 위해 B동사무소에 제출된 2015∼2016년도 폐업지원금 신청서, 지급 동의서 등 관련 서류 일체를 무단 파기하기도 했다.

영천시는 감사 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A씨 등이 부정 수급한 1억7841만원을 환수 조치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영천시장에게 A씨를 중징계(파면) 처분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 [사진=연합뉴스]

이번 감사에서는 또한 포항시 공무원 E씨가 시의원 출신 인사가 임원으로 있는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단일 공사를 분할 발주한 혐의가 드러났다.

E씨는 2015∼2017년 해당 업무 수행 중 설계 용역이 체결된 '시도 2호선 도로 확·포장 공사'에는 교량(장기교) 신축 공사가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E씨는 교량에 적용할 거더(교량 구조물을 받치는 보) 제작·설치 공사에 대해선 전직 시의원이 부사장으로 재직한 업체와 7억7000만원 상당의 별도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등에 따르면 단일공사나 동일구조물 공사는 분할해 계약할 수 없게 돼 있음에도 분할 발주를 한 것이다.

이에 감사원은 "이로 인해 포항시가 적게는 2억5000만원에서 많게는 3억8000만원의 예산 낭비를 하게 됐다"며 "포항시장은 E씨를 징계(경징계 이상) 처분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