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의 역설] 금리인하, 효과보다 빠른 '예상 외 빈틈'

2019-07-31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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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인하 증시 부양 전망 빗나가

부동자금 부동산 유입 부작용 우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정책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물음표'를 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통화 완화정책이 더 이상 기업 투자와 소비 확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내외적 요건이 악화될수록 우리 정부의 대응은 빨라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단기적 해결에 불과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은이 발간한 'BOK경제연구'에 실린 '통화정책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차입자 현금흐름 경로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하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져 상환액 부담이 줄었을 때 고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은 0.186, 저소득층은 0.626인 것으로 추정됐다.

기준금리 인하로 주담대 이자 상환액이 10만원 줄었을 때 고소득층은 1만8600원, 저소득층은 3.3배인 6만2600원을 소비한다는 의미다.

금리인하가 민간소비를 이끄는 것으로 보이지만 연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중간값 이상인, 부채 수준이 높은 차입자는 주담대 상환액 부담이 줄어도 소비보다 원금 상환에 주력했다. 특히 유동성과 신용 접근성이 높은 차주보다 낮은 차주가 이 같은 특징을 보였다.

송상윤 한은 부연구위원은 "유동성과 신용 접근성이 낮아 소비에 제약을 받고 있더라도 부채가 많으면 소비보다 원금 상환에 더 적극적"이라며 "우리나라의 높은 가계부채 수준이 확장적 통화정책의 현금흐름 경로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아주경제 DB]


이는 기업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국내외 투자를 분석한 결과, 제조업의 해외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13.6%로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5.1%)의 2.7배에 달했다.

1분기 국내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4%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2009년 1분기(-19.0%)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설비투자는 작년 2분기(-4.3%)부터 4개 분기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유동성 확대가 기업신용 증가, 기업투자 등 민간 성장기여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경기 회복까지 이어질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 같은 모습은 기준금리 인하가 주가 부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금리가 인하되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채권 평가 이익이 증가하면서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국내 증시는 2000선을 지키기도 버거운 모습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증권업의 실적 개선에 기여하고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가 수급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란 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결국, 시장에 유동성이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아파트값 상승 등의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인하가 근본적인 한국경제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금리인하에도 경기를 부양하지 못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오히려 금융 불균형 같은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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