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롯데②] 지배구조가 낳은 ‘일본기업’ 꼬리표

2019-07-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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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상장, 양날의 칼...‘국민 배신감’ 극복 우선

[잠실 롯데월드타워. 사진=롯데그룹]

[데일리동방] 롯데그룹이 한일 감정악화에 따른 불매운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일본롯데홀딩스 등 일본 기업들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제의 난’이 수면 위로 드러내고,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신동빈 회장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려 했지만 사드(THAAD)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설령 이번 사태가 봉합되더라도 향후 국적 논쟁 재발 가능성은 충분하다. 향후 롯데그룹 어떤 대응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일 경제전쟁 여파로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대법원의 일제 강용 피해자들에 대한 승소 판결이다. 일본 정부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반발했고, 국내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수출규제’로 대응했다.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확대되면서 현 사태에 이르렀다.

특히 롯데그룹 계열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간 경영권 싸움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그룹 지배구조에서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핵심이다. 이중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 19.07%, 광윤사 5.45% 등 일본 기업들이 99%가 넘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제과(보통주 2.11%), 롯데칠성음료(5.83%), 롯데푸드(8.91%), 롯데쇼핑(8.86%) 등 주요 계열사 지분과 함께 롯데지주 지분도 11.04%를 갖고 있다. 롯데지주 역시 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지분구조 상 배당금 형태로 일본에 자금이 흘러들어 갈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이라는 주장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 현대차, 금융지주 등은 외국인 지분이 적게는 40%에서 70%에 달한다”며 “단순히 배당금이 일본으로 빠져 나간다고 해서 일본기업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으로 넘어간 자금은 다시 한국에 재투자됐다”면서도 “‘지배’라는 측면에서는 일본기업이 아니라고 온전히 부인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사태가 심화되면서 롯데쇼핑(49%)과 일본 패스트리테일링(51%)이 출자해 만든 SPA 브랜드 유니클로에도 불똥이 튀었다. 오카자기 다케시 최고책임자가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기 때문이다. 차후 해명에 나섰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해졌다.

이밖에도 롯데와 일본 기업의 합자회사인 무인양품, 아사히 맥주를 유통하는 롯데아시히주류의 제품들도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랐다.

시장공략을 위해 기업들 간 합자, 지분구조 변경 등은 빈번히 일어난다. 롯데그룹의 출발점이 일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만큼 일본 기업들과 협업도 여타 기업대비 수월할 수밖에 없다.

◆‘한국 롯데’ 강조한 신동빈 회장

신동빈 회장은 그간 롯데를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해왔다. ‘형제의 난’으로 그룹 지배구조가 밝혀진 이후다. 한국 기업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국민들 중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경영권 싸움으로 지배구조가 밝혀지고 ‘한국 기업’을 강조했다는 점은 좋은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도 “국적 문제가 지속되면서 일본 롯데와 연결고리를 끊으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올해 2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복귀했다. 당시 롯데지주 측은 신 회장이 다시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그룹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 롯데의 시너지와 경영질서 확립 등도 강조했다.

현재 롯데그룹은 금융계열사 매각과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후자는 일본 롯데의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력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앞서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여파로 면세점 사업(매출 80% 차지)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공개(IPO)가 지연됐다. 현재도 그 시기를 명확히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IB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호텔롯데 상장은 양날의 칼”이라며 “일본 롯데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상장에 따른 자금이 일본 롯데로 향한다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상장 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며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가 어떻게 다른지 여부를 국민들에게 충분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일본 내에서도 롯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기업이란 이유다.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구분하기 어려운 탓이기도 하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일본 롯데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해 일본 국민들이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국내서는 한국 롯데 관련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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