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의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그 의도에 대해 해석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매각의 진정성 표시,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인한 앙금, '백딜(뒷거래) 포석' 등이다.
◆ "금호석화 참여 불가" VS "법적 근거 없어"
박 사장은 25일 서울 공평동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아시아나 입찰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이나 특수관계인은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호석화도 어떤 방식으로도 참여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계열 분리 당시의 약속도 있었다"며 "시장에서 억측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채권단과 합의해 매각에 참여할 수 없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입찰 참여를 원천 차단해 원매자 불확실성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명분에서다.
이날 금호산업은 자사가 보유한 아시아나 주식 전량 6868만8063주(31.0%)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 박 사장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장남이다.
박 사장은 "이번 매각은 '사적딜'이지만 대주주라서 독단적으로 진행하지는 않는다"면서 "(채권단 등) 여러 관계자들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소통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며 매각의 진정성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이번 입찰이 수의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금호석화를 입찰경쟁에서 임의적으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석화가 참여한다는 의사도 밝히지는 않았지만 법적으로 사전에 배제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며 "만일 금호석화가 입찰에 참여하면 결정권자인 금호산업이 임의로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 동생의 보복 우려? 백딜 염두?..."현실적으로 가능성 적어"
이로 인해 박 사장의 발언을 두고 다양한 주장이 오가고 있다. 진정성은 명분일 뿐이고 과거 박 전 회장과 그의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간 다툼의 앙금에서 비롯됐다는 견해다. 동생에게 주력 회사를 뺏겨 박 전 회장의 자존심에 금이 갈 뿐만 아니라 경영난의 책임을 져야하는 사태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 전 회장은 2011년 박찬구 회장과 경영권을 두고 분쟁이 있을 당시 비자금에 관한 불리한 정보(박찬구 회장에 관한)를 검찰에 준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바 있다. 이로 인해 형제 간에 소송 전까지 불거졌다.
업계 관계자는 "박 전 회장 측이 아시아나가 금호석화의 손에 갈 경우 자신들에 불리한 정보들이 가는 것에 대한 불안함도 있는 것 같다"며 "아시아나 매각의 흥행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금호석화를 굳이 배제해야 한다고 한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성은 적지만 일각에서는 백딜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룹의 상징이자 핵심이었던 아시아나를 언제가는 다시 찾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의견이다. 공식적으로는 이번 입찰을 통해 다른 기업에 판매하겠지만 백딜을 통해 향후 되찾을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파킹(일시적으로 지분을 맡기는 거래)'은 빈번하게 있어 왔다"면서 "도덕적으로는 문제이지만 백딜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아시아나 입찰의 매각 주체가 금호산업인 것은 맡지만 실제로는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의 의견이 중요하다"며 "업계가 다양한 해석을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매각 공고를 시작으로 △인수 후보군(쇼트리스트) 확정 및 회사 상황을 알리는 투자설명서(IM) 발송 △인수 타당성 검토 뒤 9월 초 인수의향서 제출 △1~2개월 본실사 △11월 본입찰 및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주식매매계약 등의 순으로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