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송제리 고분서 허리띠 등 백제 성왕대 왕실 지배층 유물 나와

2019-07-2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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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26일 나주 송제리 고분 현장설명회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전남 나주 송제리 고분이 백제 성왕대 왕실 지배층 무덤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훼손고분 기록화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 중인 ‘나주 송제리 고분(전라남도 기념물 제156호)’ 발굴조사에서 백제 성왕대의 은제 관식과 허리띠 장식, 청동 잔, 말갖춤, 호박 옥 등이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소는 26일 출토 유물을 공개하는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백제 성왕(523~554)은 무녕왕의 아들로 538년 부여로 천도를 단행하고, 국호를 ‘남부여’로 개칭하면서 중국 양나라와 교류하고 일본에 불교 전파하는 한편 중앙 관제와 지방 통치 조직을 정비하는 등 왕권 중심의 국가 운영체제를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주 송제리 고분은 1987년 도굴된 상태로 세상에 처음 알려진 고분으로, 이후 2000년에 돌방(석실)에 대한 간단한 실측조사가 한차례 이뤄지면서 돌방의 평면은 사각형에 가깝고, 천장은 활이나 무지개처럼 높고 길게 굽은 ‘궁륭형’이며, 벽면은 석회가 칠해진 사실이 밝혀졌다. 이 고분은 옹관 핵심 분포권에 있어 축조 시기와 성격을 둘러싸고 주목을 받았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송제리 고분의 구조와 축조방법을 밝히고, 보존‧활용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9월까지 정밀발굴조사를 추진 중이다. 이번 조사로 고분의 규모와 구조, 축조 방법 및 새로운 고분 확인, 은제 관식 등 백제 성왕대 왕실 지배층의 복식과 말갖춤 등 영산강유역 고대 정치조직의 실체와 변화상을 규명할 수 있는 새로운 자료들을 확보했다.

고분 규모는 지름 20m 내외, 높이 4.5m로 원형의 평면 형태이고, 외곽에 원형의 도랑을 갖춘 가운데 이 내부에서 200여 점의 토기 조각이 출토됐다. 돌방은 기초를 1m 가량 다진 후에 분구(봉분)와 함께 쌓아 만들어졌다. 돌방은 길이 3m, 너비 2.7m, 높이 2.5m인 사각의 평면인 널방(현실, 무덤 속의 주검이 안치되어 있는 방)의 가운데에 길이 4.2m인 널길(연도, 무덤의 입구에서 널방에 이르는 통로)이 달린 구조로 인접 지점에서는 기존에는 보고된 적 없는 새로운 고분 1기가 매장시설이 모두 훼손된 상태로 확인됐다.

돌방 내부에서는 장식 모양이 기존에 발견됐던 ‘은화관식’과는 다른 형태의 관모장식인 ‘은제 관식’이 나왔다. ‘관식’은 관모에 부착하는 장식으로 백제 지배층 고분에서 주로 나오는 유물이다. 기존 은화관식은 꽃봉오리 모양이 주를 이뤘던 반면, 이번에 나온 관식은 풀잎 모양으로 차이가 있다. 재질(은제품)과 제작기법(좌우 대칭, 은판을 오린 다음 접어 만들기)은 은화관식과 동일하지만, 함께 출토된 유물들을 볼 때 은화관식으로 정형화되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웅진기 말에서 사비기 초의 공백을 메워주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은화관식은 백제 고위관료인 나솔(6품) 이상이 이마에 착용했던 장식품으로 은판을 접어서 상단은 꽃봉오리 모양의 장식이 1쌍이나 2쌍으로 대칭되고, 하단은 특수하게 제작된 틀에 꽂아 고정했다.

은제 허리띠 장식은 허리띠 끝장식, 교구(버클), 과판(허리띠 중간에 부착하여 칼이나 화살통 등을 거는 기능을 함)으로 이뤄져 있다. 교구는 버섯 모양으로 교침(버클 가운데 위치한 상하로 움직이는 침)이 없는 형태로, 백제 웅진~사비기의 과도기적인 모습이다. 과판은 심장 모양으로 연결고리가 일체형으로 만들어졌다. 이 밖에 청동 잔, 호박 옥, 장식칼 부속품은 공주 무령왕릉 출토품과 동일하며, 관못은 못 머리가 둥글고 은으로 감싼 원두정으로 주로 백제 고위층의 무덤에서 확인된다.

말갖춤은 발걸이(등자)와 말 다래 고정금구가 출토됐다. 발걸이는 바닥은 평면이고 윗면은 둥근 모양으로 발을 딛는 부분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고, 그 윗면에는 미끄럼을 방지하는 요철들이 있다. 형태적으로 가장 유사한 유물은 의령 경산리와 진주 옥봉 출토품이 있다. 말을 탈 때 진흙이나 물이 튀는 것을 방지하는 용도로, 말 옆구리 양쪽으로 늘어뜨리는 방형 부속품을 말 등에 걸 때 가죽 끝을 걸어주는 금구인 말 다래 고정금구는 원형 철판 중앙에 교구가 부착돼 있다. 서울 홍련봉 2보루를 비롯해 합천 옥전과 경주 미추왕릉에서 출토된 바 있다.

나주 송제리 고분의 유물은 이 무덤의 주인공이 가장 높은 위계의 인물이고 주로 활동한 시점은 백제 성왕대였음을 말해준다. 이같은 무덤이 영산강유역의 중심지인 나주 복암리나 반남지역과 떨어져 위치하게 된 배경과 당시 이 지역의 정세에 대해서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이번 나주 송제리 고분군 발굴조사가 마무리되면 구조 안전성 점검과 정비·복원을 거쳐 지역민들이 관람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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