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인근 로봇이 서빙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메리고키친’을 방문했다. 주방을 포함해 198㎡(60평) 규모인 음식점의 홀서빙을 로봇 3대가 책임졌다. 다만 아직까진 손님을 응대하고 다 먹은 음식을 치우는 건 ‘사람’ 몫이었다.
일주일간 시범운영을 마치고 전날 오픈한 메리고키친은 배달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2017년부터 2년간 연구를 거듭해 나온 기술과 컨설팅 등을 적용한 음식점이다. 각각 기술은 주문, 서빙, 매출 관리 등 식당 운영 전반에 걸쳐 있다. 외식업주는 메뉴 구성과 직원 관리 등 운영을 맡는다.
하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여느 식당과 다른 점을 바로 발견했다. 테이블 옆 벽면에 모노레일이 놓여있었다. 주방부터 시작된 모노레일 위엔 두 대의 로봇이 음식을 싣고 주문자가 앉은 테이블 앞에 멈춰 선다. 홀에는 서빙 로봇이 돌아다니며 음식을 날랐다. 모노레일 위를 움직이는 로봇 두 대는 단순한 사각 형태이며, 서빙 로봇은 사다리의 모양과 비슷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간 형태 로봇은 아니지만, 레스토랑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단 3대뿐인 로봇에 시선을 빼앗겼다. 사람들의 스마트폰 카메라는 음식이 아닌 로봇을 향에 있었다. 특히 어린아이의 반응이 눈의 띄었다. 어린아이들은 단순한 형태의 로봇을 ‘사람’처럼 대했다. 서빙 로봇이 주문한 음식을 갖다주며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습니다’를 말하자 아이는 마주보며 인사를 했다.
주문 과정은 쉬우면서도 다소 번거로운 느낌이었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배민 앱과 QR코드를 통해 진행되기 때문. 앱을 실행해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QR코드를 비춰 메뉴를 선택하면 주문이 완료된다. 평소 배민 앱 이용자는 손쉽게 주문했지만, 앱을 쓰지 않던 사람은 앱 설치부터 시작해 선택한 메뉴를 장바구니에 넣어 결제하기까지 애를 먹었다. 앱 활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앱을 통해 주문한 음식이 언제쯤 조리가 완료되는 지 확인할 수 있어 유용했다.
파스타와 샐러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10여분 뒤 파스타와 아메리카노가 모노레일을 탄 로봇에 의해 전달됐다. 손을 뻗어 음식과 음료를 테이블로 가져왔다. 그런데 두 대의 로봇 모두 주방으로 되돌아 가지 않았다. 알고보니 테이블 옆 벽면에 붙은 ‘확인’ 버튼을 누르는 작업이 필요했다.
서빙 로봇도 마찬가지다. 샐러드를 가져온 서빙 로봇의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에 확인 버튼을 누르자, 로봇은 마주치는 사람을 피하며 주방 앞으로 돌아갔다. 회사 관계자는 “서빙 로봇에 센서가 부착돼 있어 앞에 테이블, 사람 등 장애물이 있을 때 이를 인식하고 피해간다”고 말했다.
음식 맛은 기대 이상. 배민 직원들이 본사가 석촌호수에 있었을 때 즐겨찾던 맛집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일어어났다 그런데 로봇은 이번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홀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일일이 테이블을 정리했다.
가장 많은 손님이 찾는 정오가 됐다. 홀 정리를 담당 직원은 3명에 불과했지만 아직까지는 여유 있어 보였다. 권향진(여‧43) 메리고키친 사장은 “이번 실험은 기대 이상이다. 홀직원을 3명만 둬도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