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국제경쟁력센터가 발표한 ‘2018 세계 인재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두뇌유출지수’는 조사국가 60개국 중 43위를 기록하며 중국(40위), 인도(31위), 일본(20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술개발 인력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21일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일부 연구인력들이 학업이나 휴식을 이유로 회사를 그만둔 뒤 이직하고 있다”면서 “알면서도 막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핵심인력이 이탈할 경우 빈자리를 대체할 만한 인력을 찾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면서 “연구개발이 잠시라도 중단되거나 일정보다 늦어진다면 경쟁업체에 밀리는 결과로 이어져 회사로선 큰 피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추진한 핵심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연구 인력이 해외 경쟁사로 옮겨갈 경우 회사로선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연구 인력의 노하우는 특허법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실체가 없는 기술이며 값으로 매기기가 어렵다. 즉, 연구 인력 빼오기가 이어지면 개발사업 중단에 따른 금전적 피해와 더불어, 그간 쌓아온 개발 실적을 빼앗기는 사례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기업의 인재양성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인력 관리와 관련된 사항은 대부분 대외비라 알려줄 수 없다”면서 “사실 연구원이나 일반 대졸사원이나 육성 비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핵심 인력에 대한 투자보다는 프로젝트 자체 투자만을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각 기업에서도 연구개발 인재 이탈은 심각한 문제다. 최근 벌어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을 비롯해 LG전자 반도체 개발 인력이 자진 퇴사 후 SK하이닉스로 이동한 것이나 중국을 비롯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고급 인재 문제 모두 종래에는 각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현업 종사자들은 기술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등 기업들의 기술인력 우대제도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한 대기업 연구개발 부서 팀장은 “이직자들이 타사로부터 고액 연봉을 제시받는 만큼 이직을 막을 수 없다. 기왕에 일한다면 연봉이 더 많은 곳으로 이직하려는 게 직장인들 아니겠냐”며 “회사도 인력유출이 이뤄지면 문제를 인지해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실제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잡코리아가 올해 이직 계획이 있는 직장인 495명을 대상으로 실제로 이직을 결심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연봉을 높이기 위해’라는 답변이 37.2%로 가장 높았으며 ‘동종업계-경쟁사’로 이직을 계획 중이라는 답변(복수응답 기준)이 43.8%로 집계됐다.
박성필 카이스트 교수는 논문을 통해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논의가 주로 물리적·기술적 보안에 집중돼 있다”며 “기술 유출은 직접 연구개발에 참여한 핵심인력을 통해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감안해 정당한 보상기준의 확립과 팀(Team)으로 협력하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