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팍스의 P2P사업 철수 소식은 18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을 통해 전해졌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루팍스가 P2P 사업을 언제 중단할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어떻게 처리할지 등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루팍스는 P2P 대신 소비 금융에 주력할 것이며, 기존의 P2P대출 사업부는 소비금융에 통합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동안 P2P관리감독 규제 강화로 줄곧 연기됐던 홍콩증시 상장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루팍스 측도 P2P사업 철수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루팍스는 중국 증권시보 등 현지 언론을 통해 "중국 정부의 P2P 관리감독 요구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며 "(사업 철수가) 기존의 상품과 고객 이익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최대 P2P대출업체인 루팍스는 중국 대형금융사인 핑안그룹에서 2011년 P2P 대출플랫폼으로 설립한 유니콘 업체다. 지난해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CB인사이츠가 꼽은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말 기업가치는 약 380억 달러로 매겨졌다. 관리하고 있는 자산규모만 3700억 위안 남짓이다.
6월말 기준 루팍스의 P2P대출 투자자는 65만명, 차입자는 147만명이다. 미상환 대출잔액은 984억 위안, 대출건수는 156만건에 달한다. 만기가 경과한 미상환대출액도 모두 21억1200만 위안에 달한다.
루팍스가 P2P 사업을 접는 건 상징적 의미가 있는만큼 중국 P2P대출 시장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루팍스의 뒤를 이어 다른 대형 P2P업체들이 사업에서 철수할 지도 시장은 예의주시할 전망이다.
실제로 루팍스의 P2P대출 사업 철수는 중국의 규제 강화로 중국 P2P대출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P2P 대출 플랫폼은 간단히 말해서 여윳돈이 있는 사람을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연결해주는 중개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핀테크 왕국'으로 불리는 중국에서 그동안 P2P 금융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제도권 금융에 가로막힌 서민들이나 중소기업들이 대거 이용하면서다. 중국 정부도 금융 혁신 차원에서 P2P 대출을 적극 장려했다.
하지만 느슨한 관리감독은 대출사기, 불법자금 조달 등 금융 리스크 문제를 낳았다. 지난 2016년 중국 대형 P2P 대출 플랫폼 이쭈바오는 전국적으로 90만명 투자자에게 500억 위안(약 8조6000억원)을 가로챈 게 대표적이다. 이는 중국 역사상 최대 금융 다단계 사기로 기록됐다.
최근엔 광둥성의 P2P 대출업체 '퇀다이왕'이 불법자금 조달 모집으로 정부 단속에 적발돼 약 44명이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업체는 약 22만명으로부터 145억 위안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투자금을 잃을까 우려한 투자자 1000여명이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불법자금조달 등 금융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해 P2P 대출업체에 대한 규제·단속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각 P2P대출업체에 투자자·대출자 수를 줄이고, 사업규모를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4월엔 P2P대출 플랫폼에 대한 조사를 이유로 각 업체 고위임원진에 '여행 금지령'까지 내려 업계는 불안에 떨었다.
규제 강화에 중국 P2P대출 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말 P2P대출 잔액도 7311억 위안으로, 전년과 비교해 약 40% 감소했다. 한때 6000곳에 달했던 업체는 6월말 기준 900여곳에 불과하다.
업계는 이중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업체는 30여곳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조만간 시행할 P2P 대출관리감독 세칙에 따르면 앞으로 전국적 규모의 P2P 대출 플랫폼 등록자본은 최소 5억 위안 이상이 되야 하기 때문. 중국 차이신망은 현재 등록자본이 5억 위안 이상인 P2P 대출 플랫폼은 30여곳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해당 세칙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