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가 다가오며 언론에서 건강 관련 기사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아스피린에 관한 질문 내용과 빈도도 이런 건강 기사에 따라 달라진다.
"아스피린이 위-십이지장 궤양 일으켜"
이런 제목의 기사가 나온 후에는 아스피린 복용 환자들이 “아스피린 먹어도 되나요? 안 먹으면 안 될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이렇게 묻기라도 하는 경우는 다행이다. 급성심장병으로 심장혈관(관상동맥)에 스텐트 삽입까지 한 환자분이 기사를 보고 자의적으로 수 주 동안 복용을 중단한 채 외래를 방문하면, 내 심장이 멎을 것만 같다.
반면, 정 반대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기도 한다.
"아스피린, 뇌졸중 예방-치료에 효과"
"50-60대 발병률 높은 심혈관 질환…저용량 아스피린으로 예방"
이런 기사가 나오면 아스피린을 처방 받지 않던 환자들도 진료 중에 십중팔구 "아스피린 먹으면 안 될까요?", "아스피린 좀 처방해 주세요"라고 요청한다.
도대체 아스피린은 먹으라는 말인가? 먹지 말라는 말인가?
아스피린은 1897년 최초로 합성된 이후, 1970년대까지는 해열제, 진통제로 사용됐다. 이런 경우, 한 번에 500mg씩 하루 3~4번, 즉 하루에 총 1500mg 정도를 복용했다. 보통 해열‧진통‧소염 효과를 위해서는 수일 정도 짧게 복용하므로 큰 문제가 없으나,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위장관에 영향을 줘 속이 쓰리거나 심하면 위궤양을 유발할 수도 있다.
1970년대 이후, 기대 수명의 증가와 함께 뇌졸중‧협심증‧심근경색 등 각종 심뇌혈관질환이 증가했고, 아스피린의 치료 효과도 알려졌다. 이미 생긴 심혈관계 질환의 재발을 막는 치료를 이차예방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경우에 급성기 입원치료를 받은 이후에 아스피린을 지속 복용하면 1년 내 재발 확률을 30~50%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아스피린은 심혈관계 질환의 이차예방을 위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약제다. 급성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을 진단받은 이후, 그리고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을 받은 이후 이차예방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속이 쓰리거나 위궤양이 생기면 위장관 약제를 사용하면서라도 아스피린을 사용하는 것이 표준 치료다.
심혈관계 질환 발생 자체를 예방하는 일차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할 수도 있다. 이차예방보다 일차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최소 5~10년 이상 꾸준히 사용해야만 효과가 일부 있고, 장기 사용에는 출혈이나 위장관계 부작용 위험이 증가한다.
2019년 미국심장학회 진료지침에서는 첫째, 40~70세 연령층, 둘째, 향후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경우, 셋째, 장기 사용 시 출혈 위험이 높지 않는 경우에만 일차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 사용을 권고한다. 특히, 40세 미만과 70세 이상인 경우는 일차예방 목적의 아스피린 사용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스피린을 먹으면 출혈 위험이 있고, 실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기사는 일차예방에 대한 내용이다. 함부로 아스피린을 중단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기사는 이차예방에 대한 것이다. 내가 먹고 있는 아스피린이 일차예방을 위한 것인지, 이차예방을 위한 것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한 사람이 상황에 따라 가족‧직원‧친구 등 여러 역할을 하는 것처럼, 아스피린 같은 약제도 일차예방이나 이차예방에서처럼 다른 효과를 목적으로 복용할 수 있다. 환자 상황에 따라 같은 진단으로도 다른 약을 사용할 수 있고 다른 진단이지만 같은 약을 쓰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약의 복용과 중단은 처방을 한 의사에게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무엇보다 이차예방을 위해 복용하는 아스피린은 함부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또 혈압약, 당뇨병약, 고지혈증 약제 그리고 아스피린처럼 오래 복용하고 있는 약은 적어도 무슨 이유로 먹는지 환자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한다. 가장 마지막으로 받은 처방전은 휴대폰 사진으로 저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가 먹고 있는 약제를 왜 먹고 있는지 가장 잘 알아야할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