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는 전 세계 골퍼 중 유일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래머’다. 2015년 4개 메이저 대회를 제패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이듬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골든 그랜드슬램 대기록의 위업을 이뤘다.
2020 도쿄 올림픽이 약 1년 앞으로 다가왔다. 3년 전 부상을 안고 나선 올림픽에서 망설임 끝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가 사상 첫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할 수 있는 무대다. 올림픽 이후 몸 상태도 좋아져 꾸준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박인비는 겸손했다.
사실 박인비는 리우올림픽 이후 다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박인비는 “2016년만 해도 부상으로 힘들어 하던 시기였다”며 “4년 후의 일이었기 때문에 다시 나간다는 장담도 못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후 손목 부상 등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박인비는 “지금까지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고 아직까지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컨디션을 끌어올려서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으면 좋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박인비가 걱정하는 것은 올림픽 2연패 여부가 아니다. 그의 걱정은 따로 있다. 도쿄행 티켓을 딸 수 있느냐의 문제다.
도쿄 올림픽 골프는 2020년 6월말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15위 안에 들면 출전 자격을 얻는다. 단 15위 이내에 같은 나라 선수는 최대 4명까지만 출전이 가능하다. 이 조건이 걸리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한국 여자선수들은 15위 안에 6명이 포진해 있고, 16~19위까지도 모두 한국 선수들이다. 내년까지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15위 이내 한국 다음으로 많은 선수를 보유한 미국은 4명이다.
16일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 따르면 박인비는 5위에 올라있다. 1위 박성현과 2위 고진영에 이어 세 번째 순위다. 그 뒤에 이정은6(7위)과 김세영(11위), 유소연(12위)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내년 6월까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박인비는 “(국가대표) 엔트리에 드는 것이 워낙 힘든 일이다. 훌륭한 후배들도 많아 기회를 잡는 것 자체가 어렵다”면서 “그래도 기회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랭킹 차이가 거의 없어서 매 대회마다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며 “먼저 출전 기회를 잡아야 (올림픽 2연패의) 큰 꿈을 꿔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