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후반기에도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변함없는 ‘괴물’이었다. 수비 불안에 1회 2실점을 하고도 6이닝을 무실점으로 잠재웠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의 강타선도 달라진 류현진을 상대로 쩔쩔 맸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을 믿고 맡겼다. 류현진이 승리투수 조건을 갖춘 4-2로 앞선 7회까지였다. 류현진은 투구수 94개를 채웠다. 후반기 첫 등판에 밸런스 유지를 위해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다저스 불펜의 방화를 막지 못했다. 류현진에 이어 8회말 마운드에 오른 페드로 바에스가 홈런 두 방을 얻어맞았다. 단 5개의 공이었다. 류현진의 시즌 11승도 날아갔다.
보스턴은 아메리칸리그 팀 타율 1위의 강타선이다. 하지만 류현진 앞에서는 물방망이였다. 류현진이 내준 2실점은 1회말 내야 수비진이 쏟아낸 실책성 플레이에서 비롯됐다. 류현진은 수차례 내야땅볼을 유도했으나 수비에서 엇박자를 냈다. 모두 안타로 기록되면서 류현진의 자책점으로 남았다.
류현진은 전반기 10승(2패)을 찍은 내셔널리그 최고의 투수였다. 한국 선수 최초로 올스타전 선발 등판의 영예도 얻었다. 후반기 첫 등판은 부담이 컸다. 이날 경기는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전반기에 기록한 경이로운 투구가 후반기에도 이어질지 주목됐다. 류현진에게 1회 2실점의 무게감은 컸다.
하지만 류현진은 강심장이었다. 예리한 제구력은 후반기에도 미트를 파고들었다. 류현진은 2~4회 연속 삼자범퇴 이닝으로 보스턴 타선을 요리한 뒤 6회에도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7회까지 큰 위기 없이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 앞서 지난해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류현진과 맞대결을 벌여 승리를 따낸 워싱턴 선발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가 극찬한 이유를 눈앞에서 다시 증명했다. 앞서 프라이스는 “류현진의 올해 활약을 감탄하며 보고 있다”며 “올해 류현진이 던진 공을 수백 개는 본 것 같은데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들어간 공은 단 1개도 못 본 것 같다. 그는 존의 구석을 노리고 존에서 살짝 빠지는 공을 던진다. 같은 투수로서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프라이스는 5이닝 4피안타(1홈런) 3볼넷 7탈삼진 4실점(1자책점)으로 패전위기에 몰렸다가 구사일생하며, 류현진에게 판정패했다.
류현진의 시즌 11승은 무산됐으나 다저스는 연장 12회 접전 끝에 7-4로 이겼다. 류현진을 울린 불펜이었지만, 류현진이 7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진 덕에 12회초 힘이 빠진 보스턴 마운드를 무너뜨려 결국 불펜 싸움에서 승리한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