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도 도입 자체가 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겨냥한 만큼, 시행될 때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해당 단지 범위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현행 시행령 상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다'는 전제 조건에서 물가 상승률이 1.5배 이내로 조정되고, 재건축도 아예 '입주자 모집공고' 초기 단계부터의 적용이 유력시된다.
민간택지 상한제 도입 시기는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 12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시행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언할 만큼 확고한 시행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14일 국토부 관계자 역시 "정확한 시기를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시행령에 명시된 분양가 상한제 관련 규정을 조정하는 것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사실상 도입 가능성에 대해 인정했다.
시행령 개정은 별도의 국회 입법 절차가 필요없다. 만약 이번 달 국무회의 의결이 이뤄질 경우, 이르면 오는 9월에 곧바로 제도 시행도 가능하다.
게다가 한국감정원 기준 서울 아파트값이 이달 1일 기점으로 2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조속한 제도 시행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특히 이번 분양가 상한제의 민간택지 도입은 사실상 이번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몇 남지 않은 강력한 규제 카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민간택지 상한제 시행 시 대부분 재건축 단지를 사정권에 포함할 수 있도록 방안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 상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우선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전제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 가운데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 △분양이 있던 직전 2개월의 청약 경쟁률이 일반주택은 5대 1, 전용면적 85㎡ 이하는 10대 1을 초과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 등 3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해야 한다.
업계는 적용 전제 조건 중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기준이 '물가 상승률의 1.5배 이내' 수준으로 대폭 강화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제 조건 단 하나만 수정돼도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행 시행령 상 전제 조건을 충족하는 단지가 많지 않다 보니 정부도 분명히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있을 것이다. 물가 상승률 조건만 '2배 초과'에서 '1.5배 초과'나 그 이하로만 수정해도 상당수 단지들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며 "바꿔 말하면 '집값 상승률은 적어도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면 안 된다'는 정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부동산 투자 수익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상한제 적용 재건축 사업단계 요건도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후분양으로 유턴해 분양가 규제를 피하고자 하는 재건축을 잡기 위해서다.
참여정부 당시만 해도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사업계획인가 신청 단지부터 상한제가 적용됐지만, 이번에는 아예 시기를 앞당겨 입주자 모집공고 단계부터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정비사업장과 관련해 어떤 분양가 상한제 기준을 도입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일단 분양을 진행하는 사업장 대부분을 포함하려는 의지가 곳곳에서 읽힌다"며 "분양가 상한제는 대책 자체의 강도가 상당히 센 정책이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사업계획인가 신청 단지부터 상한제가 적용되다 보니 법망을 빠져나가는 단지들도 많았다. 이번에는 정부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아예 초기 단계부터 저인망식의 강도 높은 방안에 대해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