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일본 불매운동과 ‘다이소’

2019-07-0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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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협회장

 

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회장 [사진=한국공정여행업협회 제공]
 

리스트, 관련주, 다이소 등등. 최근 며칠간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일본 불매운동이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연관어로 나오는 단어들이다.

일본이 지난 1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수출 제품에 들어가는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의 규제를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이로 인해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로 일본 불매운동이 최근 일주일간 상위권을 점했다.
리스트는 불매해야 할 기업의 목록이며, 관련주는 해당 기업의 실시간 변동 상황을 보여주는 주가와 관련 있다.

그렇다면 뜬금없는 다이소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다름 아닌 국내 최대 생활용품 전문점의 기업명이다. 명칭이 일본어와 어감이 비슷해 일본 불매운동이 있을 때마다 회자되곤 한다. 토종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다이소로서는 억울할 노릇이다.

일각에서는 지분의 30%가량을 일본 회사에서 갖고 있어 현지 업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같은 논리라면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업체 중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다이소처럼 일본 불매운동을 할 때마다 억울한 국내 기업들이 많다. 특히 항공업계와 여행업계가 그렇다. 오히려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일본의 의료장비 등은 기업 간 거래(B2B) 제품이다. 소비자 중심으로 이뤄지는 불매운동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일본 자동차 등도 있으나, 그 국내 수요가 크지 않아 불매운동으로 인한 피해도 적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를 비롯한 항공업계와 하나투어 등 여행업계는 다르다. 최근 일본에 가지 말자는 운동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실제 피해를 보는 곳이다. 물론 현지 관계자들도 손님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다만 즉각적인 피해는 이들이 본다.

실제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강화책을 발표한 지난 1일 3만2950원이었던 제주항공의 주가는 2만9900원(5일 기준)까지 빠졌다. 같은 기간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1만9850원, 6360원을 기록하며 각각 6.81%, 4.22% 떨어졌다. 이들 저비용항공사(LCC)는 다른 업체와 비교해 일본노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최근 만난 한 중견여행사 관계자는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취소하겠다는 사람이 많다”며 “특히 신규 예약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여행사로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피해도 아직 회복되지 않아 힘든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러다 중소업체들은 다 고사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당장은 일본이 한번 치고 국내에서 들고 일어난 상태이지만,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정말 답이 없게 된다.

일단 암울하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한국인의 비자 발급 엄격화 등 추가 경제보복조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한국인 비자 제한은 무비자 체류기간을 줄이거나 무비자를 허용하지 않는 방안 등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말 그대로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된다. 물론 일본의 잘못된 행태를 이대로 두고 보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뜨거운 감정을 좀 더 차가운 머리로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가령 SNS로 일본 불매운동을 전파하기보다는 개개인이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다. SNS의 전파력은 좋지만 이는 상대국의 규제 명분을 쌓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다이소와 같은 엉뚱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배려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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