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최근 구로다 총재의 말을 받아 일본식 디플레이션 사고방식이 주변에 전이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른 선진국들 사정도 일본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이유에서다.
물가가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불황을 촉발한다. 일본 경제는 지난 30년간 디플레이션 수렁에서 6번의 경기침체를 겪었다. 그 사이 일본인들은 '절약이 미덕'임을 체득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일본에서 지난 30년간 돈을 절약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 일종의 국가적인 집착이 됐다고 꼬집었다.
한 예로 일본 블로거인 고마쓰 미와는 최근 현지 TV를 통해 지난 10년간 10만 달러(약 1억1800만원)를 모은 비결을 소개해 유명세를 탔다. 10년 동안 1억원을 모은 게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사무직으로 월급 1300달러를 벌어 네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라면 어떨까.
디플레이션은 일본 기업들의 씀씀이도 인색하게 만들었다. 불황에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올릴 수도, 투자를 늘릴 수도 없어서다. 이 결과 일본의 임금은 물가상승률이 반짝 상승세를 탄 1996년 이후 13%가량 줄었다. 선진국 가운데 유일한 일본의 임금하락은 이 나라 경제를 더 낭떠러지로 몰아붙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새해마다 일본 기업인들을 만나 임금인상을 압박해왔을 정도다.
안드레아 페레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2014년에 쓴 논문에서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지속된 이유로 인구 구조를 들었다. 고령인구가 금리상승과 경제성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지난 5년간 일본의 사례가 다른 선진국에 대한 경고라는 데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모였다고 지적했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이미 급격한 고령화를 겪고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약한 성장세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