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대에는 전세계적으로 430억개의 사물이 통신으로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통신망 운용의 경쟁력은 '보안과 안전'이 될 전망이다. 수많은 기기들이 연결되는 만큼 정보 유출의 위험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인텔, 구글 등이 개발 중인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기존 통신망의 수학적 암호체계는 해킹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실제로 안전한 통신망의 필요성은 다양한 사례로 입증되고 있다. 통신망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돼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는 이미 일상화됐다.
이 때문에 양자암호통신이 주목받고 있다. 양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리에서의 최소 단위로 양자암호통신은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도청이 불가능한 암호키를 송신자와 수신자 양쪽에 나눠주는 기술이다. 이렇게 전달된 정보는 암호키를 가진 송신자 및 수신자만 해독할 수 있다.
IDQ는 2001년 설립된 스위스 기업으로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세계 최초' 역사를 써내려오고 있다. IDQ는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매출액과 특허 보유 1위 기업이다. 10~20년의 경력을 가진 30여명의 석박사급 인력을 보유 중이다.
기존의 암호키 분배 방식은 제3자가 중간에서 이를 탈취할 경우 양자컴퓨터의 빠른 연산 능력을 이용해 암호를 해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양자 암호키 분배 방식을 이용하면 송신자와 수신자가 양자키분배(QKD) 기기를 통해 양자를 주고받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한 암호가 만들어진다.
이 때 핵심이 되는 기술이 양자난수생성기(QRNG)와 양자키분배다. IDQ는 전문 인력을 토대로 2002년 세계 최초의 양자난수생성기를, 2006년에는 양자키분배 서비스를 출시했다.
양자난수생성기란 암호키를 만들기 위해 패턴이 불규칙한 '난수'를 생성하는 장치다. 소형 칩 형태로 개발돼 각종 IoT(사물인터넷) 기기에도 탑재가 가능하다. 즉 양자암호통신의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할 수 있는 셈이다.
양자키분배는 양자암호통신의 핵심 기술로 동일한 암호키를 생성해 송신자와 수신자에게 동시에 분배한다. IDQ는 이미 2007년 스위스 제네바 선거에 QKD 솔루션을 적용해 투표를 진행하고 제네바 정부 데이터센터와 개표소 사이에서 투표 결과를 안전하게 전송하며 기술을 인정받았다.
기업, 정부기관, 교육기관 등과도 폭넓은 파트너십을 보유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 지역 내 통신사와 장비업체, 항공우주국 등과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양자센서 기술은 자율주행 라이다와 바이오(정밀의료), 반도체, 위성 등 첨단 ICT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불리는 '라이다'는 레이저를 주변 사물에 쏴 반사되는 시간을 계산해 차량과의 거리를 측정한다. 레이저를 민감하게 센싱할 수 있는 양자센서를 적용하면 라이다 기술의 정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IDQ는 이미 유럽우주국(ESA)이 개발 중인 차세대 우주발사체 '아리안6호'에 양자센서 기술을 적용한 솔루션을 공급하는 등 양자센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지난 6월 아리안그룹은 'IPCA+'라는 산업 품질 평가를 실시해 IDQ에게 A등급을 부여하기도 했다.
◆SK텔레콤 지분 인수, 글로벌 시장 확대 시너지 기대
IDQ는 지난해 SK텔레콤의 지분 인수로 국내에 본격 소개됐다. SK텔레콤은 인수에 앞서 2016년 IDQ에 25억원을 투자해 양자난수생성칩을 공동 개발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IDQ가 기술 개발과 사업 운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인수 후에도 기존 CEO에게 경영을 일임했다.
IDQ 인수 전에도 SK텔레콤은 양자암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했으며 2013년 주요 장비들을 국산화하고 2015년에는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국회의원, 정부기관 관계자들에게 도·감청 기술을 시연했다.
IDQ는 원천기술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SK텔레콤의 응용기술에 이를 접목해 성과를 낼 전망이다. 또한 SK텔레콤이 가진 글로벌 이동통신사들과 더불어 IDQ가 네트워크를 가진 북미·유럽 기업 기업과 파트너십을 도모할 수도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5G 네트워크에도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IDQ를 인수한 SK텔레콤은 지난 3월 5G 가입자 인증 서버에 IDQ의 양자난수생성기를 적용해 보안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가입자 인증 과정은 단말 사용자가 이동통신망에 접속해 음성, 영상 등을 주고받기 전 인증을 받는 최초 단계다. 인증키 값이 유출될 경우 고객 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SK텔레콤은 5G망에 이어 LTE망까지도 양자난수생성기 기술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대전 간 데이터 전송 구간에 IDQ의 양자키분배 기술을 연동했다. 향후 자율주행차와 공격형 드론 등에도 양자암호통신을 연계시킬 계획이다.
또한 IDQ는 SK텔레콤과 함께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국책 과제 '양자암호통신망 구축을 통한 신뢰성 검증 기술 및 양자키 분배 고도화를 위한 핵심 요소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스위칭 기술은 한쪽 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할 시 다른 방향으로 양자암호키를 전송하는 기술이다.
◆"양자암호통신 시장 잡아라"…글로벌 각축전 예고
이미 전세계 통신강국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양자암호통신을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양자 기술에 5년간 12억7500만 달러(1조5000억원)를 투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에서 지난해 초 '퀀텀 얼라이언스 이니셔티브(QAI)'를 결성해 관련법 제정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1조2000억원을 들여 내년까지 양자 국가연구소를 설립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영국은 양자센서 최고기술 확보를 위해 산업화 목적의 연구개발(R&D) 지원을 국가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한국도 양자암호통신 관련 국제표준을 선도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17일부터 28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 스터디그룹13(ITU-T SG13)'에서는 한국 주도로 개발한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프레임워크 권고안이 국제 표준으로 예비 승인됐다. 이번 표준 채택을 통해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표준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SK텔레콤 또한 ITU-T 내 미래 네트워크 관련 연구 그룹인 SG-13에서 △양자키 분배 △양자난수발생기 관련 4개의 과제를 수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