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시작되자 왜 구두가 5켤레씩이나 필요한지 이해가 됐다. 마치 마지막 공연인 것처럼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브로드웨이 댄스뮤지컬 ‘번 더 플로어(Burn The Floor)가 오는 1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어 오는 17일과 18일에는 인천문화예술회관, 20일과 21일에는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댄스뮤지컬 ‘번 더 플로어’는 22년 전인 1997년 엘턴 존의 50번째 생일파티에서 시작됐다. 16명의 댄서들이 펼친 10분간의 무대가 공연 제작자 할리 매드카프를 매료시켰다. 그는 ‘인생 무대’를 '인생 공연'으로 만드는 꿈을 꿨다. 1999년에 초연된 댄스 뮤지컬 ‘번 더 플로어’는 이후 미국, 유럽, 호주 등 50개 국가, 180개 도시 이상에서 공연됐다.
2006년 한국에서 처음 공연된 ‘번 더 플로어’는 이번이 5번째 내한공연이다. 7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프로듀서 할리 매드카프와 함께 1980~90년대 세계 라틴댄스와 볼룸댄스 챔피언에 오른 ‘춤의 여왕’ 피타 로비가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
피타 로비 연출은 “한국 공연을 위해 세계에서 라틴댄스와 볼룸댄스를 가장 잘 추는 댄서들을 직접 한명 한명 엄선했다. 볼룸댄스와 라틴댄스는 10가지 댄스로 분류되며 우리 댄서들은 모든 분야에 전문가이다. 차차, 룸바, 삼바, 파소도블레, 자이브, 왈츠, 탱고, 폭스트롯, 비엔나왈츠 등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번 더 플로어’에서는 총 17가지의 춤을 볼 수 있다.
세계 정상급 남녀 무용수 14명이 눈앞에서 추는 춤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호주, 미국, 영국, 독일, 중국, 이탈리아, 러시아 등 전 세계에서 모인 댄서들은 어린 나이부터 춤을 시작해 각종 대회를 평정한 실력자들이다. 조지아 프리먼은 호주 '댄싱 위드 더 스타' 시즌 16에서 우승을 차지한 새뮤얼 존슨의 파트너로 활약했다. 호주 전국 챔피언 출신인 젬마 암스트롱은 2012년에 이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최고의 무대를 위해 무용수와 스태프들은 철저한 준비를 한다. 공연 전 30~40분의 스트레칭은 기본이다. 공연 전 찾은 무대 뒤는 패션쇼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공연의 전체 의상은 약 600벌이다. 로렌 오크레이는 공연 중 총 30벌의 의상을 갈아입는다. 무대 전환이 빠르고, 춤 마다 다른 의상을 입어야 하기 때문에 패션 모델처럼 빠르게 옷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무용수마다 한 명씩의 도우미가 있다. 춤이 격렬하기 때문에 하이힐이 부러지는 일도 빈번하다. 한 번의 공연이 끝나면 수선과 세탁 시간만 8시간 이상이 걸린다.
무대 위와 무대 뒤에서 흘린 땀은 결실을 맺었다. 2시간의 공연이 지루하지 않았다. 가수들과 밴드가 함께 만든 라이브 음악은 무대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대사 없이도 장면, 장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오페라 카르멘을 새롭게 해석하는 등 다양한 시도도 눈에 띄었다. 무대의 열정은 관객석까지 그대로 전달됐다. 실제 공연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다른 공연과 비교했을 때 유독 관객들의 환호성이 컸다. 어느새 소리치고, 춤을 따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