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 트럼프 “팜벨트 지역 표”와 “반도체”를 맞바꾸었다
G20 오사카 미중정상회담이 끝났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결과에 대해 "훌륭했다"는 자평을 했다. 회담 성과는 추가 보복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잠정유예의 상태에서 "무역협상을 재개"하는 선에서 정상회담이 끝났다. 11차례의 회담에서 중국이 파투 낸 회담을 미중정상회담에서 다시 쓸어 담는 형국이다.
양국의 회담참석자를 보면 미중이 약간 다르다. 미중의 참석자를 보면 미국은 통상협상단의 "매파"들이 모두 진용을 갖추고 왔지만 중국은 통상협상단의 핵심 멤버보다는 "외교파"들이 대거 포진했다. 미국은 통상협상으로 보고 회담에 임했다는 것이고 중국은 외교협상으로 보고 회담에 임한 것이다.
이런 밋밋한 회담성과(관세추가보과 유예+협상재개)의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미국의 대선"이다. 선거에 악재 없다. 악재 만들면 진다. 미국의 대선이 슬슬 가열되고 있다. 민주당의 경선이 초반부터 난리다. 바이든의 첫 토론은 패배지만 여전히 유력 대선주자이고 민주당의 대선후보들 모두 트럼프와 지지도에선 트럼프를 앞선다.
트럼프, 중국을 더 압박해 중국이 항복하면 다행이지만 더 대들면 지지율에 악영향이 온다. 일단 중국의 추가양보를 받아 내 선거에 유리한 고지 만들기가 급선무다. 이대로 협상결렬 상태로 지지부진한 상황이 지속되면 중국의 수출하락보다 트럼프의 지지율 하락이 더 문제가 된다. 이라크문제, 북핵문제, 중국문제 등 3대 외교 이슈에서 모두 꽝이 나오면 트럼프 대선전략에는 악재다. 트럼프의 "DMZ에서 김정은과 번개정상회담”도 이런 배경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둘째는 "무역보복의 실효성"이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보복관세전이 2018년 7월부터 지속되었고 2500억달러어치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미국의 완승, 중국의 완패"여야 스토리가 맞는데 결과는 정반대다. 2018년은 밀어 내기 했다고 치더라도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미국의 무역보복의 결과를 보면 중국보다 미국의 수출감소 폭이 더 크고(미국-208억$>중국-150억$) 무역흑자는 줄어들기는 커녕 더 늘었다(+58억$).
무역전쟁으로 미국이 원하는 것 얻기 어렵다. 그리고 추가적인 3150억달러의 추가보복도 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3150억달러에 대해 25%가 아닌 10%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언급을 한 것도 이때문이다.
2500억달러 이외 나머지 3150억달러의 상품을 보면 대부분 일상용품 잡제품이고 여기에 보복관세 때린다고 중국의 수출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미국소비자의 소비자 가격만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역협상은 카드로 쓰는 것이지 성과를 내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실리를 얻었고 중국은 명분을 얻었다. 미국은 중국의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제재를 일부 풀어주는 대신 중국은 미국의 농산물을 대규모로 추가구매하기로 했다.
장사꾼 트럼프, 중국의 면을 세워주고 팜 벨트지역의 표를 얻었다.
정상회담 이후 후속협상이 진짜 싸움이다!
전세계 내노라 하는 국가 20개가 모여 회의하고 전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G20정상회담에서 G1, 미국이 "조무래기 G2와 얼굴 붉히면 싸움질 하는 것"은 얼굴 빠지는 일이고 체면의 문제다. 그리고 인류운명공동체를 우아하게 설파하는 중국의 시진핑, "인류공동체와 쌈질하는 장면"연출은 자가당착이다.
그래서 이번 협상은 서로가 얼굴 세우고, 체면 손상 안되는 선에서 우아하게 끝낸 것이고 진짜 전쟁은 후속협상에서 피 터지게 싸울 판이다. 후속전쟁은 무역이 아닌 다음 세가지, 기술, 금융, 산업전쟁이다.
기술전쟁에서 화웨이의 반도체제는 일부만 풀렸고 5G와 “중국제조 2025”의 중단문제가 걸려 있다. 금융전쟁에서는 환율문제가 표면으로 떠올랐고 중국은행의 북한과 거래로 인한 세컨더리보이콧 위반문제를 미국이 걸고 나왔고 이를 빌미로 중국의 금융개방을 요구할 판이다. 그리고 첨단산업 보조금 금지, 국유기업 보조금 금지 등의 산업구조개편 전쟁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종전이 아닌 정전, 혹은 휴전일 뿐이고 세가지 전쟁이 긴 시간 논의되고 전투가 벌어질 판이다. 미봉책의 임시 봉합에 안심할 사안은 아니고 오히려 정상회담후의 협상에서 돌발 변수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2020년 4월전까지 트럼프의 지지율과 민주당의 대선주자의 경선결과와 지지율을 예의 주시해 봐야 할 것 같다. 중국의 협상태도는 트럼프의 지지율에 달려 있다. 트럼프의 지지율을 잘 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 오바마는 중국을 “ 적이자 친구(Frenemy)”라고 정의했고 공화당 트럼프는 “적(Enemy)”이라고 정의했지만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 바이든은 “적은 아니다(Not Enemy)”라고 언급했다. 중국의 입장에선 “적”이라는 쪽보다는 “적은 아니다”라는 쪽과 협상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한국, 중국제조업의 “탈(脫)중국화”, 중국의 “기술자립화”에 대응해야
미중의 무역전쟁이후 벌어질 상황의 변화를 예상하고 우리 살길을 찾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후 중국경제에서 나타날 큰 변화는 글로벌공급체인(GVC)상에서 저부가 전통제조업의 “탈 중국화”와 중국의 “첨단기술 자립화” 움직임이다.
전통제조업의 탈중국화는 중간재수출이 80%에 달하는 한국제조업의 수출지역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간재의 대중의존도 낮추고 중국에서 동남아로 중간재수출 전환을 빨리 준비해야 한다.
중국인 이번에 기술에서 혼이 났고, 기술 독립만이 생존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중국은 그간 훔칠수 있으면 훔치고, 뺏을 수 있으면 뺏고, 살 수 있으면 사라는 것이 기술 획득의 전략이었지만 트럼프의 견제로 이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 해졌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로부터 기술의 파트너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중국이 결핍한 ICT기술에서 한국기술이 1류는 아니지만 중국의 시장과 한국의 기술이 협업하면 새로운 성과를 낼 수 있다. 중국이 기술자립에 몸부림 칠 때 한국이 어떻게 손 내밀어 윈윈할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