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도 '주 52시간제' 등 난제를 현명하게 풀어내면서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주 4일제' 도입 등으로 우리나라가 '과노동 사회'라는 오명을 벗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는 도입 1주년을 맞은 주 52시간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300인 이상의 기업 약 3600곳을 대상으로 주 52시간제를 처음으로 시행했다. 50∼299인 기업은 내년 1월부터, 50인 미만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주 52시간제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의 전향적인 제도 실행이 꼽힌다. 이들이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노동시간 단축이 하나의 사회적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 4대그룹은 제도를 수동적인 형태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솔선수범하며 변혁에 동참하고 있다. SK가 대표적이다. SK는 지난해 11월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한 뒤 올해 2월부터 본격 시행했다. 주말외에 한 달에 두 번 금요일을 휴무일로 정하고 쉬는 방식이다. 국내 대기업 중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SK가 처음이다.
LG전자는 지난해 2월부터 사무직에 한해 주 40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LG전자 사무직 직원들은 하루 근무시간을 최소 4시간에서 최대 12시간까지 자율적으로 정해 주 40시간이 넘지 않는 선에서 근무한다. 현재 사무직 외에도 업무의 특수성에 따라 이 제도를 확대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도 앞서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 근로제, 유연 근무제 등 다양한 제도의 운영을 통해 근로자의 삶뿐만 아니라 일의 효율성 제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재량 근로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월 평균 주 40시간 내에서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과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재량 근로제는 출장이나 외근 등과 같이 업무 특성상 직원의 근무시간 산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어려울 때 노사가 서로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 일정한 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인정한다.
현대차의 유연 근무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를 집중 근무시간으로 지정해 반드시 근무하도록 하되, 나머지 시간은 개인 여건에 맞춰 자유롭게 출퇴근하며 근무하는 것이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사회적 가치를 확대하는 데 중심을 두고 경영을 펼치면서 직원들의 삶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도입한 주 4일제로 인해 업무 방식이나 직원 삶의 형태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주 52시간제 완전한 정착 위해 "탄력근로 단위기간 등 개선돼야"
다만 향후 확대 적용되는 주 52시간제가 사회 전반에 일상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일부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각지대의 단속 등을 철저히 하고, 기업들의 애로를 개선해 제도의 연착륙을 이뤄내야 한다는 견해다.
일례로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받고 있는 대·중견기업 317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전체의 24.4%는 "주 52시간 초과 근로가 아직 존재한다"고 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일정 시기에 업무가 집중되는 경우에는 현행 제도를 지키기 어렵다"며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처럼 1년으로 늘리는 등 제도를 개선해 기업의 운신 폭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종화 경기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자동차 등 가격과 생산성이 주요 경쟁력인 업종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들이 꼼수를 통해 제도의 이점을 축소하지 않도록 보완·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