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정비사업을 수주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부여한 의미와 성과다.
실제로 이번 계약이 애초 기대했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2년 새 급박하게 돌아가던 사업 수주전에 비춰볼 때 정부 말대로 어느 정도는 성공을 거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바라카 1호기는 2012년 건설을 시작해 지난해 완료됐고, 현재 2·3·4호기 건설이 진행 중이다. 바라카 원전 준공률은 현재 93% 이상이다.
한수원은 발전설비 정비업체인 한전KPS와 컨소시엄(팀코리아)을 꾸려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계약을 '통수주'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바라카 원전이 한수원의 APR1400으로 구성되는 만큼 준공 후 유지보수와 고장 수리 등 업무를 맡는 장기정비계약(LTMA) 또한 한수원이 유력시됐다.
그러나 이번 계약에서는 전체 사업 예상기간(10∼15년)보다 적은 5년으로 일단 기간을 한정했다. 또 수주전에서 팀코리아와 경쟁했던 미국이나 영국 업체에도 정비사업 일부분을 맡길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최근 상황에 비춰 보면, 이번 수주 역시 쉽게 얻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전KPS는 2015년부터 바라카 원전 운영사인 '나와에너지'와 장기정비계약 협상을 시작했으나 계약 조건상 양측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2017년 2월 한국과 단독 수위계약협상은 종료됐다.
이후 나와는 한국 이외에도 영국, 미국 등의 세 개 회사를 참여시키는 국제경쟁입찰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국 얼라이드파워, 영국 두산밥콕 등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우리 정비계약수주 전체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11월에는 계약금액은 적지만 장기서비스계약(LTSA)이 프랑스전력공사(EDF)로 넘어갔다. 이후 나와가 계약을 통째로 한 업체에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업체와 나눠 계약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수원, 한전KPS, 두산중공업 등은 UAE 측과 긴밀한 협상을 진행했다. 또한 양국 간 최고위급 외교채널을 통해 정비계약 수주 지원을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 UAE 공식방문과 올해 2월 UAE 왕세제 방한 등 정상외교를 통해 양국 원전협력을 한층 더 심화·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한국원전 기업 중심으로 정비서비스 계약이 이뤄지게 됐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원전 수주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펼친 것이 경쟁국이 공격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원정정책과는 별개로 원전 수출에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정부의 원전 정책이 이번 결정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체코, 올해는 카자흐스탄에서 '원전 세일즈'를 벌였다. 지난 4월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은 원전에 관심을 보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에게 "카자흐스탄이 (원전 건설을) 추진하면, 한국의 참여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수원은 지난달 말 카자흐스탄 신규 원전 건설사업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나와 역시 "정비 파트너를 선정하기 위한 의사결정은 한국의 원전 정책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오히려 나와가 바라카 원전에 대한 한국의 입지가 너무 강해지는 것을 경계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이 원전 건설을 도맡는 상황에서 정비 계약까지 가져갈 경우 원전에 대한 장악력을 놓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나와는 계약방식을 LTMA에서 장기정비사업계약으로 변경하면서 "나와가 바라카 원전의 정비작업 주도권을 보유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원전 운영의 전 과정에 걸치는 협력을 완성하게 된 것은 세계적으로 원전협력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과 UAE 양국 원전업계는 제3국 공동진출 등 새로운 협력 기회도 모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