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주제가 실제 내 삶에 직접 영향을 줄 때, 논의 과정은 격해진다. ‘돈’ 문제라면 더욱 그러하다. 최저임금에 촉각을 세우는 이들은 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같은 사회적 약자이고, 알바생‧취준생‧고령자 같은 저임금 노동자이기도 하다. 매일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자신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좁혀질 수 없는 양측이 논의 끝에 합의에 이르는 최저임금은 휘발성이 강하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가 먼저 힘듦을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여성경제인연합회 등 15개 단체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애원에 가까운 동결을 주장했다.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1988년 이후 동결‧인하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저임금 노동자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단체’가 분명치 않지만, 노동에 대한 보상이 적다고 싫어할 이는 없어 보인다. 들리지 않는 ‘을의 동상이몽’이다.
문제는 약자의 삶에 깊숙이 자리한 최저임금을 무기로 대화 참여자들의 ‘전제’를 흔들려는 이들이다. 매 분초 여론에 귀를 세우는 정치권, ‘돈’ 문제가 얽힌 이익집단, 공약이행에 대한 강박 등이 대표적이다. 특정할 수 없는 이들은 매년 금방 타오르는 예리한 칼의 검파를 쥐기 위해 갈등을 부추기는 듯하다. 올해는 ‘외국인 임금 차등 적용’이라는 돌발 상황까지 더해져 안팎을 더욱 흔들었다. 이상한 건 모두의 걱정이 ‘경제’로 동일하다. 의견이 아닌 비난과 비판이 폭주하는데, 이를 진정시키고 논의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해줄 소방수는 올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