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통업계 ‘빅딜’.. 쑤닝에 팔린 까르푸

2019-06-2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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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진출 24년만에···8000억에 팔린 까르푸 中법인

"테스코·롯데마트처럼" 외자기업 중국 철수 수순 밟나···

까르푸와 신유통 협력···알리바바·텐센트와 삼국지 펼칠까

중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인 쑤닝닷컴(蘇寧易購·쑤닝이거우)가 프랑스 유통공룡인 까르푸 중국법인을 집어삼키며 중국 유통업계 새로운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 중국 진출 24년만에···쑤닝에 매각된 까르푸

쑤닝닷컴이 23일 오후 선전거래소 공시를 통해 자회사 쑤닝국제가 48억 위안(약 8124억원)에 까르푸 중국법인 지분 80%를 매입한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중국 매일경제신문 등 현지 언론들이 24일 보도했다. 이번 거래로 까르푸 프랑스 본사의 중국 법인 지분은 20%로 줄면서, 쑤닝닷컴은 까르푸 중국법인의 최대 주주가 됐다. 

공시에 따르면 쑤닝닷컴은 인수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지불하며, 거래 후 까르푸 중국법인에 운영자금 차입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안은 쑤닝닷컴과 까르푸 그룹 이사회 승인을 통과했으며, 현재 중국 국가시장감독관총국 허가를 대기 중이다. 이것만 통과하면 거래는 연말까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 후 까르푸 중국법인 감독이사회 7명 중 5명은 쑤닝닷컴 측 인사로, 2명이 까르푸 측 인사로 채워지며, 이사회 주석은 쑤닝닷컴이 맡는다.

쑤닝닷컴은 인수 후에도 까르푸 중국 법인의 현 조직과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며 당분간 독립적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1995년 중국 본토에 처음 진출한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인 까르푸는 지난 3월말 기준 중국 22개 성·시·자치구의 51개 주요도시에서 대형마트 210곳, 편의점 24곳, 창고배송센터 6곳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보유한 회원 수는 30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중국 온라인 쇼핑 활황 속에 차츰 내리막길을 걸며 2017, 2018년 2년 연속 각각 10억9900만 위안, 5억7800만 위안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인 쑤닝닷컴은 1999년 쑤닝전기라는 가전양판점으로 시작해 2009년 이름을 쑤닝닷컴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온라인 사업에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오늘날 알리바바·징둥에 이은 중국 3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현재 중국 700여개 도시에서 8881개 매장을 운영하고, 4억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만 2449억 위안에 달했다. 

프랑스 유통공룡 까르푸 중국법인이 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 쑤닝닷컴에 매각됐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테스코·롯데마트처럼" 외자기업 중국 철수 수순 밟나···

사실 까르푸의 매각은 중국 시장에 진출한 대다수 외자 유통업계가 겪는 사례의 빙산의 일각이다.

최근 전자상거래 발전, 신유통 트렌드 속 중국 유통업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외자기업 특성 상 정책결정 프로세스가 늦어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웠고, 결국 중국 시장 트렌드에 뒤쳐진 외자 유통기업들은 잇달아 철수해 왔다. 우리나라 롯데마트·이마트도 이미 중국 시장에서 발을 뺐으며, 독일 유통공룡 메트로 역시 현재 중국 사업지분 매각 절차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까르푸도 지난해부터 텐센트, 징둥그룹 등과 중국법인 지분 매각, 협력 등을 논의해 왔으나 모두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쑤닝닷컴은 열세에 놓인 까르푸 중국법인을 저렴한 가격에 매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쑤닝닷컴의 인수가를 계산해보면, 까르푸 중국법인 기업가치가 약 60억 위안에 달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중국 대표 수퍼마켓 체인인 융후이마트 시가총액(1015억 위안)의 17분의 1밖에 안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까르푸가 중국법인 지분 20%는 그대로 보유하기로 한 것은 중국이 여전히 글로벌 유통업의 전략적 시장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란 해석이다.

◆ 까르푸와 신유통 협력···알리바바·텐센트와 삼국지 펼칠까

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 쑤닝닷컴. [사진=바이두]


쑤닝닷컴은 최근 중국 유통업계가 '신유통 전쟁터'로 변한 가운데 까르푸와의 협력을 통해 구매 물류배송 사업을 한층 더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까르푸의 대형 물류배송센터를 활용해 쑤닝닷컴은 최종 집화지에서 고객의 집에 이르는 '최후 1km' 배송 사업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까르푸 매장이 중국 주요도시 인기 상권에 이미 진출해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까르푸 역시 이번 협력으로 산하 오프라인 매장의 디지털 개조를 통해 온오프라인이 융합된 소비체험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톈루이(田睿) 쑤닝닷컴 부총재는 “쑤닝은 그 동안 스마트유통 생태계와 온·오프라인이 융합된 유통모델, 입체적 물류배송 네트워크, 강력한 기술력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까르푸 중국 법인이 보유한 경영노하우, 방대한 공급체인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특히 일용소비재 방면에서 온·오프라인을 융합함으로써 시장경쟁력과 수익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까르푸 측도 "쑤닝닷컴은 중국의 선두적인 스마트유통업체로, 양사 협력은 상호보완성이 매우 강하다"며 "이번 거래는 까르푸 중국법인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거래로 쑤닝닷컴은 알리바바·텐센트와 함께 중국 유통업계 3대 강자로 떠오른 모습이다. 특히 알리바바-텐센트 양자 구도의 신유통 전쟁에 쑤닝도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앞으로 중국 유통업계 '삼국지'가 펼쳐질 것이라고 중국 베이징 유력일간지 신경보는 내다봤다. 

신유통 온·오프라인의 벽을 허무는 소비와 스마트 물류를 융합한 새로운 소비 유통 개념이다. 간단히 말해서 빅데이터·클라우드 컴퓨팅 등 인터넷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상품생산·유통·판매 전 과정을 업그레이드해 기존의 소매업계의 구조와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꾸는 걸 의미한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2017년 10월 처음 제창했다.

알리바바는 중국 인타이백화점, 수퍼마켓 롄화마트 등에 잇달아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신유통 제국' 건설에 속도를 내왔다.  이에 맞서 텐센트도 '중국판 유니클로'로 불리는 남성복 스파브랜드 하이란즈자를 비롯, 중국 5대 수퍼마켓 체인인 융후이마트,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징둥그룹, 미국 유통공룡 월마트 등과 잇달아 지분거래 등의 방식으로 협력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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