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가능인구 감소에 경제성장률마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는 고령자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등 3단계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인건비 등 기업 부담을 덜고 청년층 고용과 상충되는 '세대간 갈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령자 시간제 근무, 임금 조정 등 유연한 노동시장이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고령화 대책으로 단기로는 정년 후 재고용·고용유지, 중기는 정년연장, 장기는 정년폐지 이런 방향성을 갖고 사회적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인구정책 TF 발굴 과제는 26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 비공개 안건으로 상정된 뒤 다음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때 함께 발표된다.
정년 후 고령자를 재고용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과 감독 완화, 컨설팅 지원 등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선험국인 일본처럼 재고용 시에는 임금과 근무조건을 낮출 수 있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에 주는 인센티브라고 하면 세제 혜택, 감독 면제, 비용 일부 지원 등이 있을 수 있고 컨설팅까지 패키지로 지원할 수 있다"며 "정년이 지나도 임금과 직무를 조정해서 고령자의 숙련 기술을 활용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도 정년을 두지 않고 60세 이상 고령자를 기준고용률 이상 고용하면 기업에 분기마다 1인당 27만원을 지급하는 고령자 고용지원금 제도가 있다.
이번 재고용 인센티브 제도는 정년제 적용 여부를 따지지 않으며 단순 노무보다는 경륜을 활용할 수 있는 직무를 중심으로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점에서 다르다.
당장 노년층의 소득 공백이 문제가 된다.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은 현재 62세지만, 2033년에는 65세로 상향조정된다.
수급개시연령이 계속 높아지는데 정년은 그대로면 고령층이 근로소득은 물론 연금소득도 없이 견뎌야 하는 기간이 점점 길어진다.
조기노령연금 제도가 있지만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6%씩 연금액이 깎여 5년 일찍 받으면 30%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서도 연금 전액을 수급할 수 있는 연령을 '정상 은퇴연령'(normal retirement age)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한국의 정상 은퇴연령이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봤다.
한국의 정년문제가 복잡한 것은 근속기간에 따라 임금을 주는 연공서열식 보수체계 때문이다.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정년연장·폐지의 선결 조건으로 보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중장년 근로자가 근로시간과 임금, 직무조건 등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해 긴 시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고용시장에서 빠져나가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
최근 국민경제자문회의지원단이 발주한 '은퇴세대 증가, 학령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 실태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점진적 은퇴'가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은퇴연령을 전후해 노동을 줄여가며 시간제 방식으로 일하되 연금도 일부 수령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보고서는 또 사업장이 인건비를 줄이며 자연스럽게 업무 승계작업을 할 수 있고 노동자는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어 노사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했다.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정년제 폐지지만, 현실적인 고민이 있으니 임금이나 고용조건 등을 함께 조정하면서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며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임금을 조정하는 다양한 형태의 퇴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