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기대하면서 지켜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취임 후 첫 번째 방북이 끝났다. 시 주석은 북한이 합리적인 안보 우려, 즉 체제 보장 및 발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경제 지원을 공언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에 실망하고 있지만 인내심을 갖고 대화 동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과 중국은 각자 다른 의제로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국면이 필요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북은 시기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국과의 통상 갈등으로 수세에 몰려 있는 가운데 미국이 금기어였던 ‘하나의 중국 원칙’과 관련된 대만 문제 언급은 물론 최근 홍콩의 범죄인 인도 송환법 관련 시위 지지까지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6월 말 오사카 G20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진핑 주석은 국면 전환이 필요했다. 때문에 북·중 연대 강화에 대한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기를 앞당기는 전격적 방북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 주석 방북의 영향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 둬야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중국은 북핵 문제는 ‘조선과 미국 간의 문제’라는 입장에서 양자 간 해결을 강조했었지만, 이번 5차 북·중 정상 회담을 통해 중재 역할을 중국이 맡겠다는 의사를 대내외에 천명함으로써 한국의 중재에 의해 전개됐던 북·미 간 협상구도를 4자 구도로 바꿀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중국은 북핵 문제의 본격 참여를 강조함으로써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북한 또한 중국을 배후에 두는 실리를 챙기는 모양새가 됐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중국의 의도대로 전개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제 중국의 참여는 공식화되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째, 그렇지 않아도 비핵화 방식을 둘러싸고 미국의 ‘일괄 타결’ 방식과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결’ 방식이 계속 대립하면서 돌파구를 못 찾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밝혔듯 중국이 북한의 '합리적 관심사 해결'을 강조한 것은 미국의 선 비핵화 후 보상 방식이 아닌, 제재 완화와 안전보장을 포괄하는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법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북한이 미국에 구걸하지 않겠다면서 미국과의 안전보장 교환을 강조하는 것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이 구도가 본격화되면 핵 폐기라는 본질의 주변화가 다시 우려된다.
셋째, 핵 폐기·완전한 비핵화라는 본질이 주변화되면 ‘폐기’는 ‘동결’로 선회할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미국의 최대 우려인 미국 본토를 사거리에 두고 있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 정도가 재선 정국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전리품으로써 일정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북·미 정상이 친서 교환을 통해 서로 ‘흥미로운 제안’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고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동시적·단계적 방안을 언급하는 데서도 이러한 변화가 감지된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대화동력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누가 중재를 하든 대화의 동력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제 대화동력의 유지보다 보다 구체적 실천 방안의 도출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된 비핵화(FFVD)가 최종 목표임을 계속 강조하면서 북한이 신뢰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추가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도 이 점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에 대한 답답함과 실망감을 숨기지 않으면서 실무 협상을 통해 실질적 핵 폐기 의지를 보여줄 것을 강조하고 나섰다. 북핵 해결의 중재자가 누가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북 정상회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 성과가 중요하다. 북한에 대한 정당하고 합리적인 요구는 단호하게 지속돼야 하며, 더불어 북·중·러 삼각구도보다 응집성이 떨어지는 한·미·일 구도의 균형 복원, 그리고 중국, 러시아와의 소통 강화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