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의 중심은 현대모비스 기업가치에 대한 과도한 할인율이었다. 주주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 아닌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위한 지배구조개편이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단순 배당확대 등을 넘어 현대모비스 주주들이 납득할 만한 할인율 산정이 관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분할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자 그룹 측은 해당안을 자진 철회했다. 두 기업 간 합병비율이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됐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최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배구조개편 시나리오 중 하나인 지주사 전환은 금융자회사를 분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도 영업에 금융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도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
현대글로비스가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하거나 현대모비스 인적분할 후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도 있다. 이 방안은 옥상옥 구조라는 부정적 시선은 물론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흐름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결국 지난해 내놨던 현대모비스·글로비스 합병안에서 주주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수준으로 합병비율을 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적정 할인율 관건···논리 충분할까
기존 발표 내용 중 논란이 됐던 부분은 현대모비스의 가치평가 문제였다. 현금흐름할인모형(DCF)으로 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이다. 당시 이 수치는 12.58%였다. 현금흐름할인법은 향후 일정기간 동안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WACC 등으로 할인해 합산하는 방식이다. 할인율이 높을수록 기업가치는 낮아지게 된다.
WACC는 자본과 부채조달 비용을 가중평균한 비율이다. 자본비용은 시장수익률에 따라 움직이고 부채비용은 금리 수준과 연관성이 높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수년간 부채비율 40%대를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와 우량등급임을 감안하면 부채비용이 WACC에 미치는 영향은 낮다. 상대적으로 자본비용이 모비스의 WACC를 좌지우지하게 된다.
지난해 현대모비스의 WACC가 12.58%로 산출된 이유는 주식 베타에 있다. 베타란 지수 대비 개별기업주가가 움직이는 정도를 뜻한다. 당시 비교대상은 국내 기업이 아닌 베타가 큰 해외기업이 선정됐다.
같은 기간 현대글로비스의 WACC는 6%대에서 최근 5% 수준으로 낮아졌다. 할인율만 놓고 본다면 현대모비스가 합병비율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다.
투하자본수익률(ROIC)까지 감안하면 현대모비스가 오히려 우월하다. 현대모비스의 ROIC는 지난 2013년 73.16%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16.83%로 낮아졌다. 한편 현대글로비스의 ROIC는 2009년 44.08%에서 지속 하락해 작년에는 13.54%를 기록했다.
자동차 부품과 물류는 업종 특성이 다르다는 점에서 동일선상에서 평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 중심에 현대모비스가 있다. 아니라면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이유가 없다. 현대모비스 가치 산정을 위한 할인율 수준이 결국 주주 설득의 키(Key)라고 할 수 있다. 무리한 할인율 산정보단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를 위한 다른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EVA는 자산매각, IPO, 지배구조개편 등을 적기에 반영하기 위해 쓰이는 기업평가 방식”이라며 “현대모비스가 현대글로비스 대비 저평가를 받을 이유는 없지만 현재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배경에는 합병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안이 주주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현대차그룹이 정공법을 택하는 길밖에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