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시장 '마이너스 금리' 바람...세계경제 경고등

2019-06-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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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 채권 규모 12조달러...반년 만에 2배로

무역전쟁, 중동 위기 등 악재에 채권 수요↑ 금리 '뚝'

미·중 무역전쟁, 중동지역의 긴장 고조 등 불안요인이 가중되면서 주요국 국채 금리(수익률)가 추락하고 있다.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리면서다. 이 여파로 금리가 마이너스(-)권에 들어선 채권 규모가 불과 반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글로벌 채권시장에 마이너스 금리 바람이 부는 건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경고 신호로 풀이된다.
 

지난 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심각하게 태블릿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영국 은행 바클레이스 자료를 인용해 전 세계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채권 규모가 12조 달러에 이른다며, 이는 지난 가을 이후 두 배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한 예로 1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는 지난주 역대 최저인 -0.24%까지 떨어졌다. 독일뿐 아니라 일본, 스위스, 네덜란드, 덴마크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0%를 밑돌고 있다.

안드레아스 스테노 라르센 노르디아마켓 채권 투자전략가는 "시장 금리가 최근 몇개월간 거의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듯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에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르면 금리가 떨어지는 식이다.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인 경우 발행자는 그만큼 웃돈을 받고 돈을 빌리는 셈이 된다. 반대로 투자자는 웃돈을 주고 채권을 사야 한다. 채권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면 유통시장에 팔아 차익을 챙길 수 있지만, 만기 때까지 보유하면 웃돈만큼 손해를 봐야 한다.

때문에 마이너스 금리는 한동안 이론에 불과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유럽의 일부 비유로존(유로화 사용국) 국가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리면서 마이너스 금리가 현실이 되기 전까지 말이다. 2016년엔 마이너스 금리 채권 규모가 12조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마이너스 금리 열기가 뜨거웠다. 

이후 잠잠해졌던 마이너스 금리 확산세가 다시 거세진 건 최근 미·중 무역전쟁과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등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악재들이 불거지면서다. 세계적인 경기둔화 우려에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완화로 되돌리려 하는 것도 채권 금리 하락을 부추겼다.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기준금리를 9번 올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은)가 다음달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ECB와 BOJ도 추가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이나 회의 중에 미·중 간 긴장 수위가 낮아지지 않으면, 연준이 다음달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관측했다. 조정폭이 평소(0.25%포인트)의 2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G20 정상회의는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의 중에 만나 무역협상 돌파구를 열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투릴라 부코 유니크레딧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중동에서 유조선 2척이 공격을 받은 데 따른 중동지역의 긴장이 최고 신용등급 채권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고 거들었다. 유조선 공격의 책임을 이란에 돌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동에 미군 1000명을 파병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주요국의 부진한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도 채권시장 랠리의 배경이라고 지적한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플레이션은 채권의 적이다. 채권이 고정수익을 보장하는 안전자산이기 때문이다. 물가가 올라 돈값이 싸지는 추세라면 채권의 고정수익 가치도 하락해 채권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나 이에 대한 기대치가 낮으면 채권이 보장하는 고정수익의 매력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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