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융 푸단대 한반도 연구센터 주임 교수는 17일 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소셜미디어 계정인 협객도(俠客島)와 인터뷰 형식을 통해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가 17일 저녁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초청으로 20~21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고 발표한 직후에 나온 것이다.
무역전쟁,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국제적 이슈가 산적한 지금 전 세계가 정세가 중요한 전환기에 놓여있는 지금 이 시점에 방북을 택한 건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정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 중국의 태도는 전 세계 정세 전환의 방향과 흐름을 결정한다며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반도 문제는 중요한 시기에 직면해 있고,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안정적 태도와 단호한 결심은 동아시아 지역의 정세를 '작은 안정'에서 '큰 안정'으로 촉진시킬 수 있다고도 했다.
정 교수는 시 주석 방북 기간 이뤄질 김정은 위원장과의 북·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분석했다. 북·중간 경제·무역문제도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새로운 정세 속에서 경제·무역협력을 실질적으로 발전 시키는 방안 이외 북한내 중국어 교육·중국 문화 보급, 관광협력 등 인적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는 향후 북·미 3차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시사했다. 정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예전만큼 강렬한 흥미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오는 2020년 대통령 재선을 위해 북핵 카드는 여전히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고 봤다.
북한도 이러한 점을 예리하게 포착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체면을 지나치게 깎아버리면 북·미 양국이 둘 다 지는 게임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는 것.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 교수는 비록 친서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아마도 북·미 대화의 틀을 깨지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도 담겨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정 교수는 북한은 앞서 핵실험장 폐기 등 구체적 조치를 취했음에도 미국이 하노이 핵담판 당시 고압적 태도를 보인 것에 불만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친서에는 북·미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같은) 적극적 태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향후 핵협상이 미국 중심으로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추측했다.
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앞서 하노이 핵담판에서 이미 얻을 수 있는게 많았는데 욕심을 부려 결국 회담 결렬을 초래한 것이라며, 그래서 3차 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만회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가 어쩌면 뜻밖의 선물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일부 들어줄 가능성도 시사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이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우군 끌어안기'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왕성 중국 지린대학교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이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중국이 주변국 외교를 강화하는 것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북아 문제나 G20 정상회의 같은 다국적 국제행사에서 중국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미국에 분명히 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전쟁 속 우군을 확보하는 한편, 이달 말 열리는 G20 정상회의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카드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함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시 주석은 6월 들어 매주 한 차례씩 해외 순방을 통해 '우군'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이달 5~7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데 이어 12일부터 16일까지 중앙아시아 2개국을 순방, 상하이협력기구(SC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주변국과의 우의와 협력을 강화했다.
한편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은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이후 14년 만으로, 2013년 시 주석이 국가주석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08년에도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당시는 국가부주석 신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