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고 이희호 여사 별세와 관련해 조문단을 보내지 않고 대신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의 조화와 조의문을 전달한다.
통일부는 12일 "이희호 여사 서거와 관련해 북측은 오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고 밝혔다.
남측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호 통일부 차관, 장례위원회를 대표해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나갔다.
이 여사가 생전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에 이바지 해온 만큼 북한의 조문단 파견 여부는 큰 관심을 받았다.
북한은 2009년 8월 18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도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대표로 하는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한 바 있다.
특히 이 여사는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북한을 방문해 상주였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북한이 조문단을 보낼 경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감을 모았다. 때문에 정부도 북측의 조문단 파견 및 조전 발송 등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해왔다.
북한의 조문단 파견이 불발된 데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미 관계가 경색된 상태에서 조문단을 보내는 데 다소 부담을 느낀 것이라는 해석과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 일정 등을 고려한 조치란 관측이 함께 나온다.
그러나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으로 직급에 상관없이 큰 의미를 지닌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개막식 대표단으로 참석해 문 대통령과 면담하고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는 등 남북 간 대화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 위원장은 김 제1부부장을 조의문과 조화 전달자로 낙점하면서 남북대화 경색 국면에서도 나름의 예를 갖춘 것으로 해석된다.
조문단 파견은 끝내 무산됐지만, 이날은 6·12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김 위원장이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친서와 함께, 이날 김 제1부부장의 조전을 매개로 남북미 교착국면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