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窓으로 경제보기 <22>​] 스포츠계의 ‘흙수저’ U-20 축구팀 정정용 감독

2019-06-1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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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


다들 아시다시피 기업계의 ‘흙수저 원조’는 前 현대그룹 정주영회장(1915~2001)이다. 그는 강원도 통천군 송전공립보통학교(초등학교)를 졸업한뒤, 가출-막노동-쌀가게 점원을 거치는 험난한 생활속에서도 열정과 신뢰, 뚝심으로 기업을 일궜다. 현대 그룹은 정회장의 지휘하에 조선, 중공업, 건설 분야에서 글로벌 경영을 이뤄 한때 삼성을 제치고 재계 1위에 오르는 거대 재벌을 형성했다.

자수성가한 ‘흙수저 기업인’은 수도 없이 많지만 저출산 시대를 맞아 김영식 前 천호식품 회장(68)이 최근 관심을 끌고 있다. 천회장은 경남 고성군에서 어렵게 자랐다. 고교 중퇴후 학습지 판매원으로 사회생활 첫발을 뗐고 33세때 천호물산을 세워 달팽이 엑기스를 개발해 성공했으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IMF 외환위기때 사업이 망했다. 밥사먹을 돈이 없어 술로 허기를 때울만큼 고생했으나 전당포에 결혼 반지를 맡기고 빌린돈 130만원으로 거뜬히 재기, 연매출 수백억원대의 알짜 기업 천호식품을 키운 건 유명한 스토리다. 그는 2년전 “봉사하며 살자는 생각”에 회사를 매각하고 세자녀 출산지원재단을 설립해 ‘다자녀 출산’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스포츠계에도 ‘흙수저’가 많지만 가장 화제에 오르고 있는 이는 정정용감독(50)이다. 그가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2일 U-20 월드컵 4강전에서 피말리는 혈투끝에 에콰도르를 1대0으로 누르고 ‘사상 첫 FIFA 주관대회 결승행’의 쾌거를 전국민에게 멋지게 선물했다.

그는 그 흔한 연령별 국가대표와 프로 경력도 없이 큰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일찍 마감했다. 이번 U-20 FIFA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는 그를 아는 축구팬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는 2006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지도자로 활동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은 뒤 그간 몇 차례 연령별 월드컵 대표팀 감독 후보에 올랐지만 스타 출신 지도자들에게 번번이 밀려 기회를 놓쳤다. 이번 폴란드 월드컵이 그의 첫 메이저 무대다.

첫 월드컵이지만 승부사적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정 감독의 전략과 전술을 보면 열세의 병력으로 대승을 거둔 이순신이나 을지문덕같은 탁월한 장수를 연상케 한다. 그는 “전반에 수비 라인을 의도적으로 내린다. 상대 선수들을 우리 지역으로 끌어들여 체력을 소진하게 만든 뒤 후반들어 위력적인 역습으로 골을 만들어낸다”며 새로운 전략과 용병술로 세계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한국팀은 준결승전에 오르는 동안 총 7골중 전반 득점은 한골에 그쳤지만 후반엔 6골을 몰아쳤다. 전반에 단 하나의 유효 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하거나 볼 점유율이 20%대로 떨어진 적도 있지만 후반엔 예외없이 주도권을 거머쥐었고 골을 넣었다. 결코 물러설수 없는 4강전에서는 전략을 바꿔 경기 시작부터 총력을 쏟아부었다. 결국 전반 39분, 이강인(발렌시아)의 기막힌 프리킥 패스와 최 준(연세대)의 ‘역습 한방’으로 결승골을 장식했다.

정정용감독의 성공 신화는 이땅의 수많은 ‘흙수저들’에게 희망찬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서, 학벌이 시원찮아서, 사업 밑천이 없어서 절망에 빠진 대학생, 취업준비생, 자영업자에게 ‘감동의 슈팅’을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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