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리 보는 한진그룹 왕자의 게임 시즌2' 보고서를 발표하고, "확실하게 승기를 잡기 위해 KCGI는 한진칼 지분율을 20% 수준으로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KCGI는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율에 근접한 15.84%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내·외 이사 선임이 일반결의로 규정된 한진칼의 내년 주총에서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최 연구원은 “이런 가운데 외국인과 국민연금 등 ‘큰손’의 지분율이 높지 않고 무엇보다 국민연금이 KCGI를 지지할지도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율을 17.84%다.
실제로 지난해 한진칼의 주총 안건 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내용을 살펴본 결과 전부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 최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국민연금은 큰 문제가 없을 경우 지배구조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것”이라면서 “한진칼 측이 새로운 경영 쇄신안을 추가로 내놓을 경우 경영권 분쟁 명분이 약화할 소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오너가의 우호 지분은 28.9%에 이른다”면서 “보통 주총 참석률이 80% 이하임을 고려하면 오너가는 8~10%가량만 추가로 확보하면 되지만 KCGI는 20% 이상을 들고 있어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KCGI는 지난달 29일 기준 자산총액 1599억원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 의무가 없어, 한진칼의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이다.
최연구원은 "이미 41%의 투자 수익률과 1250억원의 투자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상황에서도 지분 매입을 지속하는 것은 KCGI의 경영권 확보 목표가 매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고 조양호 전 회장 일가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로는 유가증권 약 2500억원, 퇴직금과 부동산 등을 합해 약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최 연구원은 “상속세 부담으로 한진그룹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경영권 분쟁 중인 상황에서 지분 매각을 통해 상속세 이슈를 해결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이며 만약 지분 매각을 진행하더라도 이는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후에나 가능한 시나리오로 관측된다”고 덧붙였다.
최 연구원은 한진칼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조정했다. 그는 "한진칼 주가는 매우 낙관적 가정을 반영한 적정 순자산가치(NAV)(3만8000원) 대비로도 20% 이상의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KCGI의 지분 확대에 따라 현 경영진의 강력한 쇄신안 발표로 이어지는 일련의 경쟁적 대응에 따라 내년 주총 전까지는 정상적 밸류에이션(가치평가)보다는 이슈와 수급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나타날 것"이라며 "그룹 주가 흐름의 분기점은 내년 주총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주총 이후 경영권 분쟁 이슈가 다소 완화되며 한진칼 주가에 대한 투기적 수요는 축소되고 펀더멘털(기초여건)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는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주총 전에 한진칼 매도를 권고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