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한 콘퍼런스에서 무역전쟁 때문에 경제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루 전날에는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금리인하가 곧 타당해질 것"이라고 하는 등 연준 내에서 최근 금리인하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됐다.
연준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올리고 올해는 금리인상 중단을 선언했다. 시장에서는 무역전쟁 역풍에 따른 금리인하 가능성을 기대했지만, 파월 의장 등이 구체적으로 이를 거론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환호했다.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4~5일에 걸쳐 720포인트 넘게 뛰었고, 다른 글로벌 증시도 일제히 랠리를 펼쳤다.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이상 낮출 것으로 봤다. 가장 유력한 시기는 9월과 12월. 7월 금리인하 가능성도 70%가 넘는 것으로 나온다.
그 사이 인민은행은 선별적 부양 조치로 시장과 경기를 떠받쳤다.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거래를 통한 공개시장조작과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로 유동성을 공급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 증시에서는 인민은행이 이달 중에 추가 지준율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준율은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예금액의 비율이다. 이를 낮추는 만큼 은행들의 대출 여지가 커진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5일 IMF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세싸움은 자해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싸움이 궁극적으로 내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0.5% 쪼그라들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실액이 약 4550억 달러로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보다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양국 중앙은행의 돈풀기 경쟁이 궁극적으로 세계 경제의 숨통을 터줄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모처럼 활력을 줬다.
문제는 통화완화 경쟁에 뒤따를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 과열, 고위험 거래 확대 가능성을 경계했다. 미국과 중국이 천문학적인 경기부양 자금을 쏟아낸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이미 경험한 일이다. 무역전쟁과 무관한 경기 감속도 만만치 않아 주가 반등 기조가 지속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중 통화부양 경쟁이 무역전쟁을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통화완화 조치가 무역전쟁에서 막강한 무기이자, 방패가 되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중국의 미국 국채 투매 공격에 미국이 금리인하로 대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채 투매는 미국 시중 금리 상승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통화완화는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는 수단이 돼 '환율전쟁'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연준의 금리인하가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레고리 다코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워싱턴포스트(WP)에 연준의 향후 행보에 대해 "매우 어려운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