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 협의를 열어 주류 과세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확정했다. 현행 가격 기준 종가세 체제에서 주류의 양이나 주류에 함유된 알코올 분량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에 따르면 이번 개편으로 맥주 주세는 ℓ당 830.3원, 현재 ℓ당 주세액 대비 10원가량 감소한다. 생맥주에 대한 주세는 2년간 ℓ당 830.3원에서 20% 경감한 664.2원이다.
이에 따라 수제 맥주뿐만 아니라 일본, 아일랜드 등 수입 가격이 비쌌던 고급 수입맥주가 저렴해진다. 편의점 등에서 하고 있는 ‘수입맥주 4캔에 1만원’ 행사에 포함할 수 있는 맥주 종류도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국내 맥주사들은 세금 부담이 줄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생산설비 확충에 나섰다. 오비맥주는 이미 지난 4월 오는 2021년까지 3년간 최소 1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내에 이천공장에 수제맥주 생산라인을 신설하고,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호가든’과 같은 해외 생산물량이 있는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제주맥주는 이달 중순께 양조장 증설 공사를 완료하고, 생산량을 기존 대비 4배로 늘린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도 지난달 경기 이천에 연간 500만ℓ의 맥주를 추가 생산할 수 있는 양조장을 완공했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기존 종가세 산하에서는 설비투자나 고급 재료 비용이 모두 세금에 연동돼 고품질 맥주를 개발하기 어려운 구조였지만, 종량세로 전환하면 이러한 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며 “진정한 맥주 품질 경쟁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막걸리(탁주)는 이미 가장 낮은 세율인 5%를 적용받고 있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내년부터 ℓ당 41.7원의 주세가 붙는다. 막걸리 업계는 단순 과세체계가 문제가 아니라, 제한적인 ‘탁주 범위’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세연 역시 기타주류에 속하는 탁주의 경우 특정주류도매업자가 아닌 종합주류도매업자가 취급하는데, 이 경우 냉장차 등을 운영하지 않아 제품 유통 자체에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맥주와 막걸리에 대한 종량세율을 해마다 물가에 연동해 조정하기로 하면서, 업체들의 가격인상 명분을 만들어 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상승률이 1% 오른다고 가격을 똑같이 올리지는 않는다”며 “세금이 소폭 오른다고 해서 소비자가에 반영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강성태 주류산업협회장도 “주류는 오랜 기간 형성된 관습가격이 있기 때문에 주세가 개편된다고 해도 가격 변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