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물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자 정부가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흐르면서 경제 불황 속에 물가까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상무부는 시장운행·소비촉진사(국) 책임자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일부 과일 가격이 상당폭 오르면서 소비자와 여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사과 등 주요 과일 5종의 평균 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전월 대비로는 5% 안팎 올랐다.
4월에도 과일 가격이 전년보다 11.9% 올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끌어올린 바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달 말 산둥성 시찰 도중 시장에 들러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과일 가격이 크게 올라 걱정이라는 말을 듣고 놀랐다.
리 총리는 동행한 관료들에게 "일부 민생과 직결된 상품 가격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 가격이 합리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이번 상무부 성명은 리 총리의 지시에 부응한 측면이 강하다.
상무부는 "기온이 오르고 제철 과일의 출하량이 늘면서 가격이 다시 하락하는 추세"라며 "예컨대 베이징 도매 시장의 경우 지난 4일 기준 앵두와 수박 가격이 전월 초보다 각각 48.9%와 46.9%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4~5월은 과일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르는 시기"라며 "올해 사과와 배 등 일부 과일의 가격이 단기적 수급 불균형과 날씨 등 영향으로 변동폭이 비교적 컸다"고 설명했다.
또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과일 등 생활 필수품의 공급이 원활하도록 하겠다"면서도 "국내 소비자의 수요를 완벽하게 충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무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중국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로 돼지고기 등 육류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미국과의 합의 무산으로 무역전쟁도 장기화 국면으로 진입한 탓이다.
미국은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한 데 이어 그동안 관세를 매기지 않던 3000억 달러어치 제품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중국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불황기 도래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한 적극적 재정 정책을 공언한터라 물가는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우려가 잦아들지 않는 이유다.
중국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당국이 발표하는 공식 물가와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 간의 격차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