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칼럼] 북미협상 재개를 위한 외교 채널을 가동해야

2019-06-0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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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석좌연구위원]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은 대화 재개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미국은 상황관리와 대북압박을 병행하는 양면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하는 한편, 5월 초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의 의미를 축소하고, 대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미국은 대북무역에 관여한 중국 해운회사에 대해 제재를 실시하고 북한 선박을 압류하는 등 대북제재의 고삐를 강화하였다.

북한도 상황관리와 저강도 도발을 병행하는 이중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은 상당기간 대미비난을 자제하고 회담의 결렬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조심스럽게 새로운 길을 탐색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에 대한 견제력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또한 북한은 두 차례 미사일 발사를 통해 판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대미 협상카드를 강화하고자 하였다.
향후 비핵화협상에 대해서 세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할 수 있다. 시나리오 1은 대화 재개이다. 북.미가 실무협상, 고위급협상 등을 통해 협상을 재개하고 3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절충점을 찾는 것이다.

시나리오 2는 교착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북, 미가 상호비난, 압박수단 강화 등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는 한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 대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란, 베네수엘라 등의 문제에 집중하는 반면,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현상유지를 하려고 할 수 있다. 북한도 미국의 대통령 선거 이후를 염두에 두고 버티기를 하며 장기전에 대비하려고 할 수 있다.

시나리오 3은 긴장고조를 거쳐 새로운 틀을 짜는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미국도 대북제재 강화, 한미연합군사훈련 강화 등으로 대응함으로써 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거쳐 새로운 협상의 틀이 마련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현재는 협상을 위한 휴지기이거나 새로운 판짜기를 위한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저강도 도발을 통해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새로운 판짜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관리하면서 대선국면에 올인할 것으로 예상되며, 빅 딜의 가능성이 없으면 움직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착상태의 장기화나 파국을 막고 북미 협상 재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의 로드 맵을 마련하여 북, 미의 입장을 조율해야 한다.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의 로드 맵은 포괄적 이슈에 대해 일괄타결 방식으로 합의하되, 이행은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비핵화의 정의 및 범위, 중간 단계, 최종 목표 등을 명시해야 한다. 또한 초기단계에서 조기수확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이후 압축적으로 합의사항을 이행해야 한다. 그리고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여 단계별·분야별로 관계개선, 평화체제 전환, 제재완화 등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로드맵을 바탕으로 북미협상 재개를 위한 외교적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6월 말 일본에서 개최될 G20 회의를 계기로 전개될 다양한 양자, 다자회담을 국면 전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G20 회담에 이은 한미정상회담은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 한미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한, 미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비핵화협상을 재개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비핵화의 목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를 단계별로 구체화하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야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미정상회담 이전 또는 그 이후 남북회담을 통해 북미협상 재개의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 2018년 북미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남북회담이 돌파구를 열었던 것과 같은 국면전환이 다시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남북대화 채널을 가동하는 한편,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남북정상을 개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2018년 한겨울의 추위 속에서 평창올림픽이 한반도평화의 봄을 열었듯이 올 여름의 무더위가 한반도평화를 재가동하게 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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