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드림마을' 찾은 청소년들, "'게임 과의존' 친구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여성가족부가 전국 학령 전환기(초등 4년, 중등 1년, 고등 1년) 청소년 128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 결과 이들 중 20만6000명(16%)가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14.3%, 2018년 15.2%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여가부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들을 위해 연중 상시 운영하고 있는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이하 드림마을)을 지난 3일 찾았다.

이날 드림마을에서는 여자청소년 24명이 올해 9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었다. 지난달 24일 입소해 퇴소를 하루 앞둔 9기 청소년들은 조별로 헬스 동아리와 '명화 그리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다음은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증상으로 드림마을을 찾은 여학생 6명과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3일 전북 무주군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에서 청소년들과 멘토, 캠프 직원이 '명화 그리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경은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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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드림마을에 입소하기 전과 후, 바뀐 점이 있나?

- (김은지양·가명·13세) 처음 입소할 때는 '이거 왜 해?', '여기 왜 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에버랜드도 놀러가는 등 많은 활동을 하다 보니 스마트폰을 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날아갔다.

- (박민영양·가명·14세) 처음에는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스마트폰 없이도 놀 게 많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행운팔찌 만들기'가 제일 재밌었다.

- (김희진양·가명·15세) 모든 활동이 다 재밌었다.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스마트폰 생각이 나고 집에도 가고 싶고 그랬다. 그런데 중반쯤 지나니까 스마트폰 생각도 안 나고 지금은 집에도 안 가고 싶다.

Q. 청소년들이 왜 스마트폰 등에 중독된다고 생각하나?

- (김희진양·15세) 스마트폰이 없을 때는 여가시간에 애들이랑 밖에서 뛰어놀았는데, 이젠 스마트폰이 있으니까 스마트폰으로 같이 놀게 돼서 중독되는 것 같다.

- (박희연양·14세) 요즘은 애들이 SNS를 안 하면 '아싸'(아웃사이더)라고 한다. 그래서 애들이 다 따라 하는 것 같다.



 

지난 3일 전북 무주군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에서 청소년들과 캠프 직원이 헬스동아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경은 기자, [e-mail]]

Q. 스마트폰 때문에 가족과 갈등을 빚은 적이 있나?

- (김은지양·13세) 밤에 스마트폰을 하다가 아버지에게 들켰는데, 아버지가 화나서 바로 스마트폰을 뺏어서 바닥에 던져버렸다. 스마트폰은 깨졌고, 나는 다음날 집을 나갔다.

- (손진희양·가명·15세) 부모님께 스마트폰을 압수당했는데, 스마트폰을 압수를 해도 내가 PC방에 가서 페이스북을 하는 걸 아니까 포기하고 돌려주셨다.

- (김희진양·15세) 초등학교 4학년 때 스마트폰이 처음 생겨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쓰기 시작했다. '폰압'(스마트폰 압수) 시간이 저녁 9시인데, 1분이라도 늦게 내면 폰압을 하루 늘린다. 이런 규칙 때문에 부모님과 얘기도 잘 하지 않게 되고 얼굴도 보지 않게 되는 것 같다.

- (박희연양·14세) 스마트폰 때문에 1주일 정도 등교를 거부한 적이 있는데, 이때 부모님이 엄청 크게 혼내셨다.

Q. 캠프가 끝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면 스마트폰을 이전보다 덜 할 것 같나?

- (김은지양·13세) 똑같을 것 같다. 사실 '뭐하러 왔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스마트폰이 또 하고 싶어질 것 같다. 왜냐하면 이제까지는 스마트폰 말고는 다른 활동을 안 해왔다. 스마트폰 안 하면 잠잤다.

Q. 캠프 나가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싶나? 다른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나?

- (김은지양·13세) 나가면 할 게 없다. 학교도 가기 싫다. 여기 친구들이랑 친해졌는데 캠프가 끝나가서 아쉽긴 하다.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여기 있으면 스마트폰을 만지고 싶은 생각이 많이 날아가서 좋은 것 같다.

- (김미진양·가명·15세) 글쓰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싶다. 여기서 명화 그리기 등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이 도움이 됐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다.


 

지난 3일 전북 무주군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에서 청소년들이 '나에게 스마트폰이란'이라는 질문에 글과 그림으로 답해놓은 모습. [사진=박경은 기자, [e-mail]]

한편, 선진숙 사업관리부 직원은 "또래관계에 미숙한 청소년들이 캠프에 많이 참여한다"며 "또래관계가 안 돼서 스마트폰·게임 등에 과몰입하거나, 여학생들의 경우 SNS를 함께하지 않으면 소외돼서 과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올해 2월 심리학과 학사 전공을 마치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라는 신희지(여.23세) 멘토 또한 "캠프에 참여하면서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원인이 생각보다 환경적인 영향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이 보통 부모 통제가 부족하거나 친구관계가 좋지 않거나, 본인이 흥미를 느낄만한 대안 활동을 할 만한 게 없다"며 "이런 다양한 문제가 결국 과의존을 일으키는 것 같아 이런 환경적인 부분까지 해결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