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6년 남중국해 섬을 군사화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 <조지프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
31일부터 사흘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 일명 샹그릴라 대화를 앞두고 미·중 양국이 ‘말폭탄’을 주고받았다. 미·중 양국 국방수뇌부는 이번 샹그릴라 대회기간 양자간 회동을 가질 것으로 예고됐다. 최근 미·중간 무역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이번 회동은 미·중 국방수장간 치열한 격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 대변인은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불장난'을 하는 것으로, 미·중 양국간 군사관계 발전을 심각히 훼손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에 심각한 해를 입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무역갈등을 빚는 미·중 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대만 문제 등 지역 전략적 안보 이슈 등에서도 충돌을 빚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역린’이라 할 수 있는 대만과 밀착 행보를 보이며 대만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강행,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대만은 ‘신성한 중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대만 통일을 위해 필요하다면 무력도 동원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샹그릴라 대화를 앞두고 미국도 중국을 향해 경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지프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민간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대해 경고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앞서 30일 보도했다.
이날 던포드 의장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말기인 2016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남중국해 섬들을 군사화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점을 상기하면서 시 주석이 자신의 약속을 어겼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각국이 집단적 행동을 취해 대응해야 한다고도 호소했다.
다만 미·중 모두 무역전쟁이 격화된 가운데 양국 간 긴장이 군사 분야로까지 확대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다.
우 대변인은 “현재 미·중 양국간 군사 관계는 전체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정상적인 소통과 교류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던포드 의장도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 행동에 맞서 각국이 군사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홍콩 명보는 전했다.
이 같은 미·중간 ‘말폭탄’은 31일부터 열리는 샹그릴라 대화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으로 열리는 이 회의에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아태지역과 유럽 주요국 국방장관, 안보 전문가 등이 한자리에 모인다.
미국 대표로 참석하는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은 이 자리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연설하면서,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경고할 것으로 예고됐다.
이에 맞서 중국 측에서는 웨이펑허(魏鳳和)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이 참석해 중국의 군사력 강화는 세계 평화와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정당성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이 이 회의에 최고위급인 국방부장을 파견한 것은 8년 만에 처음이다.
한 미국 정부관료는 로이터 통신을 통해 "미·중 국방장관 회동에서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은 전략적 오판을 피하기 위해 양국 군간 상호소통 강화를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웨이 부장은 30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만났다고 홍콩 명보는 31일 보도했다. 리 총리는 "중국의 발전은 전 세계에 이롭다"며 "새로운 형세 아래 각국은 서로 조율하고, 교류를 강화하고, 신뢰와 이해를 증진하고 공동발전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