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관세율 인상에 따른 타격은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미·중 갈등 격화로 인한 외자 유출과 반도체 등 핵심 부품 수급 불안 등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내비쳤다.
26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즈쥔(王志軍·사진)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차관)은 최근 언론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다양한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미국이 2000억 달러(약 237조6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올린 데 대해서는 "기업의 비용 부담과 경쟁력 하락, 주문 감소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도 "종합적으로는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왕 부부장은 "2000억 달러는 중국의 대미 수출액 중 41.8%에 해당하는 금액이지만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 정도"라며 "관세율 인상으로 타격을 받을 기업 중 절반이 외국계 기업이며 많은 미국 기업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관세율 인상은 중국 기업과 소비자의 이익뿐 아니라 미국 기업 및 소비자의 이익까지 훼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산 제품에 붙는 관세가 크게 늘면서 많은 외국계 기업이 중국을 떠나 생산기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차이나 엑소더스' 현상에 대해서는 "확실히 일부 기업이 중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있다"고 인정했다.
왕 부부장은 "임금 상승 때문일 수도 있고, 글로벌 경영 전략의 일환일 수도 있다"며 "기업의 자율적인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다만 차이나 엑소더스에 대한 과도한 해석은 경계했다.
왕 부부장은 "올 1~4월 제조업 실제이용외자는 전년보다 11.4% 늘어났고 테슬라나 바스프 등의 기업이 대중 투자를 늘렸다"며 "우리는 외국계 기업에 더욱 안정·공평·투명하고 지속 가능한 투자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고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데 대해서는 우려가 느껴졌다.
왕 부부장은 "지난해 반도체 등 집적회로(IC) 산업의 매출액은 6532억 위안(약 112조2000억원)으로 매년 20% 이상씩 성장 중"이라면서도 "글로벌 선진 수준과 비교하면 설계·제조·장비·원자재 등에 걸쳐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자인했다.
그는 "반도체는 매우 국제화된 산업으로 특정 국가가 홀로 발전시켜 나갈 수 없다"며 "최근 미국이 취한 일련의 조치는 반도체 산업의 정상적인 질서에 간섭하고 국제적 분업 체계를 뒤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안보 문제를 이유로 중국 기업을 억압하는 것을 중단하고 공평·공정한 투자·환경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압박 강화가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이어져 중국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것을 걱정하는 눈치다.
왕 부부장은 "미·중 무역 마찰은 중국에 핵심 기술 확보의 필요성을 일깨워 줬다"며 "향후 다른 부처와 협력해 기업 주도의 핵심 기술 확보전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