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매우 선의적·감성적 조치
이성출 : 9·19 합의가 남북 신뢰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할 거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매우 선의적 또는 감성적이고, 심지어는 환상적인 생각이 아니었나 하는 우려를 갖는다. 사실 우리가 군사적으로 운용적 측면에서 군비통제라는 개념이 있다. 평시에도 군사적 운영을 조정하거나 일부 제한함으로써 상호 신뢰를 얻는 걸 말한다.
북한이 이것을 개량해서 이번에 시험 발사한 걸로 됐는데, 이 미사일의 특징은 고체 연료를 쓰고 이동식발사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비행 궤적이 불규칙적이어서 탐지나 요격에 어려움이 있다. 50㎞ 정도의 고도를 갖는 미사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갖고 있는 사드나 패트리엇 미사일로써 요격할 수 없다. 우리 군이 미사일 방어체계를 새롭게 구축하고 있고, 미국은 사드 체계라든지 팩스딜 개량 등 SM 체계들을 한반도에 도입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미사일이 도입된다면, 이번에 북한이 시험한 미사일도 우리가 충분히 요격할 수 있을 걸로 생각한다.
◆미·중 경쟁 변수 속 북·미대화 분위기 유지해야
김흥국 : 저는 9·19 군사 합의가 일방적으로 불리하거나, 혹은 우리가 군사적 신뢰가 커서 이런 합의를 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거의 전쟁 직전의 한반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결국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이 문제를 어떻게든 완화시키고 기회의 창을 열어보자고 기본적인 생각으로 채택한 점이다. 그러지 않으면 극한적인 대립이나 전쟁밖에 선택의 길이 없다. 우리는 과학적 기법을 통해서 휴전선 일대를 정찰하는 등의 부분은 북한보다 훨씬 앞서 있다. 양쪽에서 어떤 정찰 기제들을 물렸다고 해서 결코 우리가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둘째로, 북한은 이미 핵무기의 경량화·표준화·소량화에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우리도 그렇게 이해한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북 미사일을 스커드류의 미사일에 실을 수 있다는 게 된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방어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건 일단은 텍스트가 아니고, 컨텍스트 속에서 어떻게 북한이 도발을 못하도록 그리고 대화·협상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가능한 한 한 발짝 비핵화로 나아가도록 하는 게 이 정부의 고민이다.
새로운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변수가 들어가면서 사실은 북·미대화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는 게 우리 정부가 맞이한 또 다른 변수다. 여기서 이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북한의 도발을 단순 국지적인 차원, 또는 텍스트 속에서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