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은 기소⠂불기소 경찰 의견대로 검찰 처분이 98%
◆“경찰 수사 기록 법원으로 나르는 지게 검사”
‘지게 검사’라는 말이 있다. 형사부 검사들이 자신들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지게란 등에 지고 물건을 실어나르는 그 지게를 말한다. 형사부 검사가 경찰에서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 ‘기재 동 (同)’ 처리 (기재한 것과 동일하게 불기소 처리)하고,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 공소장만 한 장 덧붙여 기소 처리하는 관행을 일컫는다.
형사부 검사는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특수부나 정치인의 불법 선거 사건 등을 수사하는 공안부와는 역할이 다르다. 경찰 수사를 지휘, 감독하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형사부 검사의 주요 역할이다. 그런데 형사부 검사들이 이 과정에서 경찰 송치 의견대로 기계적으로 기소 또는 불기소 처리하다 보니 경찰 수사 사건을 법원으로 나르는 지게꾼 같은 역할이나 한다고 해서 지게 검사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요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 반발을 보면 지게 검사라는 말이 다시 떠오른다. 형사부 검사가 지게 검사로 폄하되는 현실은 놔둔 채 경찰 수사 통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공허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검찰이 특히 반대하는 것은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는 것과 검찰의 경찰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는 것이다.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면 경찰이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지를 스스로 판단해 혐의가 인정되면 검찰에 송치하고 인정되지 않으면 수사를 종결하게 된다. 경찰이 사실상 기소 여부 판단권을 갖는 것이다. 여기에다 검찰의 수사 지휘권까지 폐지하면 검찰은 경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그 과정에 개입하지 못하게 게 된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조정안대로 하면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 통제권이 사라지게 되고, 이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생사 여탈권을 상당 부분 경찰 손에 맡기는 것이다. 경찰의 힘과 역할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커지고 중요해진다. 따라서 충분히 논의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임은 맞는다.
그러나 문제는 지게 검사라는 말로 상징되는 검찰 현실이다. 2017년 경찰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4~2016년 3년간 경찰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는데 검찰이 ‘혐의 없음’이나 ‘죄 안 됨’ 또는 ‘각하’ 등으로 불기소 처분한 인원은 연간 평균 전체 송치 인원의 1.7%에 불과하다.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는데 검찰이 기소 처분한 경우는 0.21%뿐이다. 결국 경찰이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인원 가운데 검찰이 경찰 의견과 다르게 처분한 경우는 전체 송치 인원의 1.91%밖에 안 된다. 98.09%는 검찰이 경찰 의견대로, 즉 ‘기계적으로’ 처리했다는 뜻이다.
검찰이 경찰 수사의 허점을 찾아내 억울하게 처벌받을 뻔한 사람을 구제하고, 반드시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 법망을 피해가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경찰 수사 통제의 핵심이다. 통계는 검찰이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니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형사부 검사 800명이 수십 만 건 기록 봐야 하는 현실
검찰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전국 검사 2100명 중 경찰 수사를 지휘, 통제하는 역할을 맡은 형사부 검사들은 700~800명이다. 형사부에 배당되는 사건은 연간 수십 만 건을 넘는다. 검사 700~800명이 이 많은 사건에 대해 수사의 허점 여부를 검토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서울남부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검사 임관 후 선배들로부터 '지게 검사가 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경찰 송치 의견대로 기계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좀 더 사안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하려면 시간과 노력·열정이 필요하다"며 "쌓이는 미제와 전쟁을 하려면 야근과 주말 근무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지게 검사가 되지 않으려면 이렇게 힘들다는 말이다.
형사부 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고소 고발 사건이다. 우리나라의 고소 고발 사건 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장기적으로는 고소 고발 만능주의를 고쳐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 전에 일단 형사부 검사 수라도 늘려야 한다. 그러자면 검찰 조직을 대폭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 전국 지방검찰청마다 설치된 특수부, 공안부, 강력부 같은 직접 수사 부서를 없애고 이를 형사부로 전환하는 방안이 있다.
일본 검찰 특수부가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로 명성을 날리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특수부가 있는 곳은 도쿄 지검과 오사카 지검 두 곳뿐이었다. 우리라고 특수부를 서울중앙지검과 부산지검에만 두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일본보다 땅도 좁고 인구도 적은 나라 아닌가? 더구나 검찰 수사권을 뇌물이나 경제 범죄, 권력형 비리 등 중대 사건에만 국한시키자는 논의가 진작부터 있어 왔다.
특수부는 과거에 검찰이 권한을 과시하고 위세를 부리기 위한 도구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한때는 웬만한 중소도시 지청에도 특수부 기능을 하는 부서가 있었다. 이제 검찰이 특수부를 갖고 위세를 부릴 시대는 지났다.
◆검찰 조직⠂기능 대폭 바꿔 형사부가 중심 되게 해야
검찰은 2017년 문무일 검찰총장 취임 이후 성남지청, 평택지청 등 전국 41개 지청에 설치된 특수전담부를 폐지해 특수부 인력을 줄이고 형사부 검사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진작에 그래야 했다. 이런 조치를 더욱 과감히 취해서 서울과 부산지검 외의 다른 지검에 있는 특수부도 폐지할 필요가 있다.
국가보안법, 선거, 노동 관계 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공안부도 검찰청마다 둘 이유가 없다. 민주화가 이뤄지고 남북 관계가 바뀌면서 공안 사건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조폭 같은 강력 사건과 마약 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강력부도 전체 형사 사건에서 이런 사건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굳이 전국 곳곳에 둘 이유가 없다.
요컨대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대폭 줄이고 남는 인력을 모두 형사부로 배치하면 지금보다 형사부 검사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형사부 위상을 높이는 일도 시급하다. 형사부 검사는 특수, 공안, 기획 검사에 밀려 한직으로 여겨져 왔다. 경찰 수사를 지휘, 감독하고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형사부야말로 국민 인권 보호라는 검찰 본연의 기능을 하는 곳이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 살면서 특수부나 공안부, 강력부 같은 부서에는 갈 일이 없다. 이런 부서에 가는 사람은 고위 관료, 정치인, 기업인, 조폭 같은 특수 영역 사람들뿐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라도 누구나 한번쯤 고소 고발 사건 등에 휘말려 형사부에 가기는 쉽다. 일반인들의 일상 생활과 직결돼 있는 곳이 형사부이다.
이런 형사부가 검찰의 중심이 되도록 검찰 기능과 조직을 바꿔나가야 한다. 형사부 검사를 ‘지게 검사’ 신세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지금처럼 경찰 수사 결과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지게 검사' 현실이 계속되는 한 검찰의 수사권 조정안 반대는 설사 논리적으로 타당하더라도 국민 공감을 받기 어렵다.
◆“경찰 수사 기록 법원으로 나르는 지게 검사”
‘지게 검사’라는 말이 있다. 형사부 검사들이 자신들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지게란 등에 지고 물건을 실어나르는 그 지게를 말한다. 형사부 검사가 경찰에서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 ‘기재 동 (同)’ 처리 (기재한 것과 동일하게 불기소 처리)하고,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 공소장만 한 장 덧붙여 기소 처리하는 관행을 일컫는다.
요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 반발을 보면 지게 검사라는 말이 다시 떠오른다. 형사부 검사가 지게 검사로 폄하되는 현실은 놔둔 채 경찰 수사 통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공허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검찰이 특히 반대하는 것은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는 것과 검찰의 경찰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는 것이다.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면 경찰이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지를 스스로 판단해 혐의가 인정되면 검찰에 송치하고 인정되지 않으면 수사를 종결하게 된다. 경찰이 사실상 기소 여부 판단권을 갖는 것이다. 여기에다 검찰의 수사 지휘권까지 폐지하면 검찰은 경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그 과정에 개입하지 못하게 게 된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조정안대로 하면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 통제권이 사라지게 되고, 이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생사 여탈권을 상당 부분 경찰 손에 맡기는 것이다. 경찰의 힘과 역할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커지고 중요해진다. 따라서 충분히 논의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임은 맞는다.
그러나 문제는 지게 검사라는 말로 상징되는 검찰 현실이다. 2017년 경찰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4~2016년 3년간 경찰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는데 검찰이 ‘혐의 없음’이나 ‘죄 안 됨’ 또는 ‘각하’ 등으로 불기소 처분한 인원은 연간 평균 전체 송치 인원의 1.7%에 불과하다.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는데 검찰이 기소 처분한 경우는 0.21%뿐이다. 결국 경찰이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인원 가운데 검찰이 경찰 의견과 다르게 처분한 경우는 전체 송치 인원의 1.91%밖에 안 된다. 98.09%는 검찰이 경찰 의견대로, 즉 ‘기계적으로’ 처리했다는 뜻이다.
검찰이 경찰 수사의 허점을 찾아내 억울하게 처벌받을 뻔한 사람을 구제하고, 반드시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 법망을 피해가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경찰 수사 통제의 핵심이다. 통계는 검찰이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니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형사부 검사 800명이 수십 만 건 기록 봐야 하는 현실
검찰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전국 검사 2100명 중 경찰 수사를 지휘, 통제하는 역할을 맡은 형사부 검사들은 700~800명이다. 형사부에 배당되는 사건은 연간 수십 만 건을 넘는다. 검사 700~800명이 이 많은 사건에 대해 수사의 허점 여부를 검토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서울남부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검사 임관 후 선배들로부터 '지게 검사가 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경찰 송치 의견대로 기계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좀 더 사안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하려면 시간과 노력·열정이 필요하다"며 "쌓이는 미제와 전쟁을 하려면 야근과 주말 근무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지게 검사가 되지 않으려면 이렇게 힘들다는 말이다.
형사부 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고소 고발 사건이다. 우리나라의 고소 고발 사건 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장기적으로는 고소 고발 만능주의를 고쳐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 전에 일단 형사부 검사 수라도 늘려야 한다. 그러자면 검찰 조직을 대폭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 전국 지방검찰청마다 설치된 특수부, 공안부, 강력부 같은 직접 수사 부서를 없애고 이를 형사부로 전환하는 방안이 있다.
일본 검찰 특수부가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로 명성을 날리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특수부가 있는 곳은 도쿄 지검과 오사카 지검 두 곳뿐이었다. 우리라고 특수부를 서울중앙지검과 부산지검에만 두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일본보다 땅도 좁고 인구도 적은 나라 아닌가? 더구나 검찰 수사권을 뇌물이나 경제 범죄, 권력형 비리 등 중대 사건에만 국한시키자는 논의가 진작부터 있어 왔다.
특수부는 과거에 검찰이 권한을 과시하고 위세를 부리기 위한 도구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한때는 웬만한 중소도시 지청에도 특수부 기능을 하는 부서가 있었다. 이제 검찰이 특수부를 갖고 위세를 부릴 시대는 지났다.
◆검찰 조직⠂기능 대폭 바꿔 형사부가 중심 되게 해야
검찰은 2017년 문무일 검찰총장 취임 이후 성남지청, 평택지청 등 전국 41개 지청에 설치된 특수전담부를 폐지해 특수부 인력을 줄이고 형사부 검사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진작에 그래야 했다. 이런 조치를 더욱 과감히 취해서 서울과 부산지검 외의 다른 지검에 있는 특수부도 폐지할 필요가 있다.
국가보안법, 선거, 노동 관계 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공안부도 검찰청마다 둘 이유가 없다. 민주화가 이뤄지고 남북 관계가 바뀌면서 공안 사건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조폭 같은 강력 사건과 마약 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강력부도 전체 형사 사건에서 이런 사건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굳이 전국 곳곳에 둘 이유가 없다.
요컨대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대폭 줄이고 남는 인력을 모두 형사부로 배치하면 지금보다 형사부 검사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형사부 위상을 높이는 일도 시급하다. 형사부 검사는 특수, 공안, 기획 검사에 밀려 한직으로 여겨져 왔다. 경찰 수사를 지휘, 감독하고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형사부야말로 국민 인권 보호라는 검찰 본연의 기능을 하는 곳이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 살면서 특수부나 공안부, 강력부 같은 부서에는 갈 일이 없다. 이런 부서에 가는 사람은 고위 관료, 정치인, 기업인, 조폭 같은 특수 영역 사람들뿐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라도 누구나 한번쯤 고소 고발 사건 등에 휘말려 형사부에 가기는 쉽다. 일반인들의 일상 생활과 직결돼 있는 곳이 형사부이다.
이런 형사부가 검찰의 중심이 되도록 검찰 기능과 조직을 바꿔나가야 한다. 형사부 검사를 ‘지게 검사’ 신세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지금처럼 경찰 수사 결과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지게 검사' 현실이 계속되는 한 검찰의 수사권 조정안 반대는 설사 논리적으로 타당하더라도 국민 공감을 받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