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톺아보기] '타도 도요타' 끊임없는 위기의식이 키워낸 글로벌 거인

2019-05-1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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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일본 기업 최초 매출 30조엔 돌파

"역시 도요타"

지난 8일 도요타자동차가 올 3월 결산기준(2018년 4월~2019년 3월) 매출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적힌 숫자는 30조2256억엔(약 320조원). 일본 최초로 매출 30조엔을 넘어선 기업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로써 도요타는 연간 매출액 기준으로 전 세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결산기간 동안 도요타 그룹사가 전 세계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모두 1060만3000대에 달한다. 역대 최대치다.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내 판매 호조가 새로운 기록 달성에 도움을 줬다고 도요타는 밝혔다. 순이익은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조4675억엔으로 전기 대비 2.8% 늘었다.
도요타는 2020년 3월기에도 영업이익이 2조5500억엔으로 3.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신들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 상당수가 일제히 이익 감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 더 의미가 있으며 도요타의 저력을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AP·연합뉴스]


◆"위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기"

기념비적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였지만,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현재의 성과보다는 미래의 위기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도요타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도요다 사장은 "도요타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답변했다. 지금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변화'는 도요타의 기업정신을 관통하는 단어다. 8대 사장이면서 '가장 위대한 월급쟁이'로 불리는 오쿠다 히로시 전 회장은 안주하지 않는 도요타의 기반을 만들었다.

1995년부터 2006년까지 사장·회장직을 맡았던 오쿠다 고문은 "타도(打倒) 도요타"라는 구호를 내걸며 직원들에게 끊임없는 쇄신을 강조했다. 결국 오쿠다 고문이 재임했던 11년 동안 도요타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415만대에서 850만대로 늘어났고, 일본 기업 처음으로 순이익이 1조엔을 돌파했다. 

1995년 사장 취임 당시부터 “변하지 않는 것이 가장 나쁘다”라고 강조했던 오쿠다 고문은 2004년에도 "변화가 안주하는 것보다 덜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변화를 외치며 전진해온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카(가솔린·전기모터 겸용차)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친환경 자동차시장의 선두에 서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를 내세우면서 북미시장에서 약진하는 튼튼한 발판을 마련한다. 

2017년 창립 80주년에도 도요타는 혁신과 변화를 내걸었다. 정보기술(IT)이 무서운 속도로 변하는 시대에 맞추어 발빠르게 변화하지 않고는 선두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 당시 도요타는 통상 4월에 진행해온 인사를 수개월 앞당긴 11월에 단행했다. 도요다 사장은 고통을 수반한 변화의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이례적인 인사를 통해 미국의 인공지능 전문가, 일본 거대 은행의 금융전문가, 통상 부문의 아프리카 전문가 등을 고위 임원으로 영입했다. 

◆CASE 혁명의 승자가 미래 지배··· "제휴로 돌파"  

최근 도요타가 주목하는 변화의 화두는 바로 'CASE'다. Connected(연결), Autonomous(자율주행), Shared (공유서비스), Electric(전동화)을 뜻하는 CASE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키워드로 꼽힌다. 아키오 사장은 지난해 소트프뱅크와 제휴를 맺으면서 "100년에 한 번 맞는 대변혁 시대를 맞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8일 결산 설명회에서도 도요다 사장은 CASE 혁명의 승자가 미래의 자동차 업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혁의 시대를 통과하기 위해 도요타가 선택한 것은 제휴다. 지난해 10월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은 게 대표적이다. 도요타와 소프트뱅크는 AI를 활용한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을 위한 합작회사(모네 테크놀로지)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외신은 도요타가 먼저 IT기업인 소프트뱅크에 손을 내밀었다고 전했다. 이는 CASE의 각 분야 투자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소프트뱅크와의 제휴를 통해 변신을 꾀하겠다는 도요타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소프트뱅크는 우버를 비롯한 전 세계 차량공유업체들에 투자했으며,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개발회사 등에도 투자했다. 

결산 회견 다음날인 지난 9일에는 도요타와 파나소닉이 제휴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기업은 내년 1월 7일 공동출자로 주택사업 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지향하는 것은 단순한 주택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차량과 주택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은 전했다.

새롭게 설립되는 회사의 이름은 '프라임 라이프 테크놀로지'이며, 기술을 통한 새로운 주거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제휴 회견에서 도요다 사장은 "미래에는 사람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모든 물건과 서비스가 연결될 것"이라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데 도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두 기업은 2017년에도 차량탑재 배터리 사업에서 제휴를 맺은 바 있으며, 이번 주택사업을 계기로 배터리 제휴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역전쟁 탓 주가 약세 계속··· 전기차의 약진, 도요타엔 역풍  

매번 위기를 극복해온 글로벌 기업이지만, 급변하는 시장 환경은 천하의 도요타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우는 보호무역주의는 당장 도요타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 중 하나다.

지난해 5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수입산 자동차와 트럭, 부품 등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 법은 외국산 제품이 미국 경제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해당 물품의 수입을 제한하거나, 최대 25%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2월 이와 관련된 검토 보고서를 제출했다. 검토시한이 끝나는 18일 미국은 수입차 관세 부과 대상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가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외신들은 유럽연합(EU)과 일본이 주요 표적이 될 것으로 봤다. 현재 미국은 수입자동차에 2.5%, 트럭에는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대비해 지난 3월 도요타는 2017~2021년 미국 투자액을 100억 달러에서 130억 달러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자동차 생산공장에 7억5000만 달러를 새롭게 투자하면서 하이브리드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판매 비중이 높은 도요타의 입장에서 무역전쟁이 힘들게 넘어야 할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게다가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도 도요타를 위협한다. 자동차는 경기변화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이다. 

구보타 사네유기 라쿠텐증권 경제연구소장은 최근 투자전문 매체인 머니플러스를 통해 탄탄한 실적과 혁신을 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도요타의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무역전쟁 긴장이 이어지면서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년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여기에 친환경 차량의 트렌드 변화 역시 도요타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라고 구보타 소장은 지적했다. 전기자동차(EV)를 선호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초점을 맞췄던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보타 소장은 "현재 도요타의 가치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만큼이나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요타는 2030년 엔진 차의 비율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았으며, 전기자동차와 수소연료차·하이브리드 차량의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는 2016년 전 세계에서 140만대에 달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판매하면서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견인해왔다. 

그러나 가장 큰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와 이미 자동차 시장 1위인 중국은 전기차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2030년까지 전기차를 150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자동차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수소연료차에 집중하는 도요타의 전략은 다소 위험한 도박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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