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갤러리아免 폐업의 교훈, 정부만 모른다

2019-05-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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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만의 차별화된 면세사업으로 우리나라 관광산업에 이바지해 그룹 창업이념인 사업보국 정신을 이어가길 바란다.”

2016년 7월 14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서울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의 그랜드 오픈 하루 전날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남긴 말이다.

하지만 김 회장의 당부가 무색하게 3년 만에 갤러리아면세점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달 30일 한화갤러리아는 오는 9월 30일까지만 영업한 후 폐업한다고 밝혔다.

폐업의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발생한 1000억원의 누적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기 때문. 2020년 말까지 특허(면세사업권) 기간이 남았지만 서둘러 자진철수한 것은 그만큼 사정이 급했다는 방증이다.

업계는 재계 순위 8위인 한화그룹 계열 면세점이 3년 만에 문을 닫자,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갤러리아면세점이 문을 열 때만 해도 면세사업은 몰려드는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덕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특허 경쟁이 치열했다. 정부도 이때 시내면세점 특허를 대폭 늘렸다.

그 결과, 2014년 6개였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올해 13개로 늘었다. 매출도 급증했다. 지난 3월 국내 시내면세점 매출은 1조8359억원으로 사상 최고치였다. 이 중 서울 지역 매출은 1조5820억원으로 전체 시내면세점의 86%에 이른다.

문제는 실익이다.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유커 대신 '따이공(대리구매상)'들만 오가면서 순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다. 면세업체들이 여행사에 지불하는 따이공 유치 송객수수료는 지난해만 1조3100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매출이 늘어도 각종 할인 혜택과 송객수수료 등으로 출혈 경쟁이 심화될 뿐이라고 하소연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시내면세점 추가 확대를 예고한 상태다. 관세법상 신규 면세점 특허는 광역 지방자치단체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보다 20만명 이상 증가’ 또는 ‘매출액이 2000억원 이상 증가’ 중 하나의 조건만 충족해도 특허 발급이 가능하다. 이 조건이면 서울 또는 제주에서 면세점 추가 개점을 할 수 있다. 여기다 인천공항에는 입국장 면세점마저 들어선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면세점 확대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중국인 의존도를 탈피할 수 있도록 관광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또 내국인의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현행 면세한도(600달러)가 비슷한 경제 수준 국가들처럼 최소 1000달러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지 않고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면세업계에서 제2의 갤러리아면세점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 야경 [사진=갤러리아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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