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1700원입니다’라고 말했다. 급히 휴대폰의 카카오톡을 실행한 후 카카오페이에서 결제를 누르니 바코드가 떠 직원에게 보여줬다. 다행히 바로 결제가 완료됐다.
요즘에는 지갑을 깜박하고 놔두고 오는 일이 잦다. 휴대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결제가 가능하지만 혹시 배터리가 떨어질까 걱정돼 신용카드 한 장은 꼭 가지고 다니는데 이날은 그것마저 가져오지 않았다.
문득 하루만 현금은 물론 실물카드도 없이 휴대폰만으로 살아보자 생각했다. 평소 쓰던 카카오페이와 신한페이판을 이용하기로 했다.
오후에 친구를 만나 영화를 보기로 했다. 미리 집에서 CGV 앱을 켜고 예매를 했다. 신용카드 결제, 휴대폰 결제, 카카오페이, 페이코, 스마일페이 중 결제방식을 고를 수 있었다.
신용카드 결제를 누르니 앱카드, 일반결제, 즉시할인 중에서 또 선택하란다. 앱카드를 눌렀다. 그러니 평소 사용하던 신한카드 앱카드 ‘신한페이판’ 앱이 자동 실행됐다. 비밀번호를 입력했더니 결제가 완료됐다. 선택사항이 많고 앱을 추가로 켜야 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하는 것보다 다소 시간이 더 걸렸다.
집에서 나와 영화관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신한페이판 앱에는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있다. 앱을 실행하지 않고도 휴대폰 화면을 켜고 버스 단말기에 갖다댔더니 ‘삑’ 소리를 내며 1200원이 찍혔다.
현금 없이 휴대폰 하나만 있으니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직 간편결제가 안 되는 곳도 일부 있었다.
영화를 본 뒤 친구와 분식집에 들러 아주머니에게 카카오페이도 결제되느냐고 묻자 아주머니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난색을 표했다.
현금이나 실물카드를 안 쓰기로 했다며 친구를 쌀국수 집으로 이끌었다. 이번에는 아이폰 대신 삼성페이를 쓰는 친구가 계산하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휴대폰을 꺼냈다.
친구가 휴대폰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리니 화면에 카드가 나왔다. 화면에 있는 동그란 부분에 눈(홍채)을 맞춰 인증한 후 직원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직원은 플라스틱카드를 긁는 단말기 부분에 휴대폰을 갖다댔고 결제가 완료됐다. 실물 카드를 긁는 정도로 1~2초 만에 결제가 끝났다.
“요즘에는 카드보다 이게 더 편해.” 친구의 말에 어느새 간편결제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