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베 동상이몽...미·일 무역협정 두고 입장차

2019-04-28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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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산 농산물 관세 낮추거나 폐지해야"

2020년 美대선 의식...7월 선거 앞둔 아베 '난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낮추거나 폐지할 것을 요청하면서 5월 말께 미·일 무역협정을 타결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 정상회담과 골프 회동을 통해 미국과의 친분을 과시하고는 있지만 7월 말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아베 총리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미·일 무역협정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일본은 미국산 농산물에 너무 과도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일본이 부과하는 농산물 관세를 없애거나 낮추고 싶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5월 말 무역협정을 타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일 즉위하는 나루히토 새 일왕을 예방하기 위해 내달 25∼28일 방일할 예정이다. 

미·일 양국은 지난 15~16일 무역협정을 위한 1차 협상을 진행했다. 농산물과 자동차 등에 대한 물품 관세 협상과 전자상거래(EC) 등 디지털 무역 부문의 협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1차 협상이 끝난 지 한 달여 만에 무역협상을 타결하려는 것은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농업은 제조업과 더불어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다. 내년 대선에서 연임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핵심 지지층인 농업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만 아베 총리로서는 부담되는 일이다. 작년과 지난 2월 각각 타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일·EU 경제연대협정(EPA)도 논의에 수년이 걸린 점에 비춰보면 한 달 만에 무역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 막 시작한 무역협상을 한 달 만에 마무리지으려고 하다가는 일본에 불리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미국의 압박 강도에 따라 TPP나 EPA 수준 이상의 관세 혜택을 미국에 줄 수는 있겠지만 지나치게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무역 상대국 중 일본보다 교역량이 큰 국가는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3개국뿐이다. 미국은 지난해에만 1430억 달러어치의 일본 제품을 수입했다. 이가운데 자동차 부문은 400억 달러에 달한다. 그렇지 않아도 철강·알루미늄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 폭탄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일본산 자동차에도 미국의 관세가 새로 부과된다면 당장 오는 7월 예정돼 있는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내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일본이 양보하더라도 협상 타결 시점은 7월 참의원 선거 후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본이 상당 부분 양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도 있지만 자동차 관세 외에도 미국이 언제든 일본에 환율 조작 카드를 꺼낼 수 있는 만큼 일본 내에서는 최대한 빨리 협정을 맺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한 아베 신조일본 총리에게 환영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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