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교통 정책은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는 측면에서 초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 따라서 그동안의 노력에 비해 아직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지 못한 부분은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매년 4000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그나마 작년에 처음으로 3700명까지 떨어졌다. 긍정적인 수치다. 올해는 3000명 초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원인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과 융합 대책이 어우러지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목표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사망자 수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도 3배 가까운 수치다.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여전히 갈 갈이 멀고, 방법에 있어서도 과거와 달리 새로운 노력과 시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교통사고와 사망자 수를 줄이는 방법은 한두 가지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이면서 지속적인 융합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5년 단임제 대통령 체제에서 단기간에 무리한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정책이 절실하다. 긴 숨으로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우선, 운전면허 제도부터 살펴보자. 이명박(MB) 정권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운전면허 간소화를 도입했다. 하지만 50여 시간의 교육이 10여 시간으로 축소되면서 엉망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은 여전히 50여 시간의 강화된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호주는 2년, 독일은 3년이 소요된다. 운전면허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자국민들이 단기 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매년 5000명 이상이 면허를 취득해서 귀국할 정도로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가 도리어 우리 정부에 면허 강화를 요청할 정도다. 운전 시의 비상조치나 2차 사고 예방 등의 교육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교통안전교육이나 자동차 안전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성인이 되어 형식적인 면허제도를 통해 길거리에 나오게 되면 사고 비율이 높아지고, 사망자 수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해외 선진 사례를 보면 우리 운전면허제도의 문제점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둘째로, 어릴 때부터의 안전교육이다. 일본 등 선진국들은 유치원 때부터 자동차와 교통안전 관련 교육을 한다. 남에 대한 배려와 양보에 대해 세뇌될 정도로 교육을 받아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양보운전이 습관화됐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교육이 없는 상태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한다. 보복·난폭운전은 물론 3급 운전이 몸에 배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셋째로, 현재의 문제점을 정확히 분석하고 대처하는 것이다. 음주운전이나 고령자 운전에 대한 대책은 물론 차로 변경 시 왼쪽으로만 추월하는 방법, 차종에 따른 차로 운행의 습관화된 안전운전과 철저한 단속도 중요하다. 여기에 2차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 소화기를 비롯한 비상망치 등 비상도구의 의무화와 사용법도 극히 중요한 항목이다.
넷째로, 친환경 경제운전인 에코드라이브에 대한 교육이다. 2008년 국내에 도입되어 초기에는 환경부와 국토부가 제 것이라고 치열하게 싸웠지만 이제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실제로 에코드라이브 운동은 남에 대한 배려와 양보운전을 통하여 에너지를 절약하고, 이를 통한 이산화탄소 등 유해가스 감소, 한 템포 느린 운전을 통한 교통사고 감소라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대한민국은 약 97%의 에너지를 수입하면서도 1인당 에너지 소모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다. 여기에 미세먼지 문제 등으로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에코드라이브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앞서 언급한 교통사고 감소라는 중요한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다른 분야는 조금만 노력하면 효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교통 관련 지수는 진정한 선진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구현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정부도 인지해야 한다.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지속 정책이 구현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