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복수의 해외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오는 26~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을 전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러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북·러 관계에 정통한 다수의 소식통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24일 극동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이 무렵에 푸틴 대통령이 극동 연해주에 들러 그동안 논의돼 온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치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달 김 위원장의 '의전 총괄자'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중국 베이징을 거쳐 러시아 모스크바와 크렘린 궁을 방문한 뒤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 귀국한 것을 두고 김 위원장의 방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뒤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 측에 대항하기 위해 우방국인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북 경제 문화협력협정' 체결 70주년을 기념해 평양을 찾은 러시아 의회 대표단에 러시아제 신형 여객기 구입이라는 선물도 안겼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지난 14일(모스크바 현지시간) 북한이 고려항공의 베트남 하노이와 러시아 울란우데로 가는 추가 노선에 러시아제 전세기를 새로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르게이 네베로프 러시아 하원 부의장은 "북한 측이 러시아 항공기 구매에 관심을 표명했다"면서 "민간항공 부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요구(제재 요구)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9일), 당 전원회의(10일), 최고인민회의(11~12일) 등 최근 잇따라 열린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대북제재의 장기화를 '버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같은 국정기조는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주석의 생일. 4월 15일)에 절정을 이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이 조직 재정비를 통해 공식 국가수반 지위에 오른 상황에서 첫 대외일정으로 러시아를 택한다면 미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일대일로 포럼에서 북·러 양자, 북·중·러 3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4월말~5월초에 극동 주요 도시 중 한 군데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면서 "다만 모스크바를 비롯한 다양한 카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시기적으로 북한은 우군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고, 평소 비핵화 문제에 관심이 많은 러시아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6자회담 복원 문제가 논의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양자에게 (정상회담 참여) 중요한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다만 러시아가 대북제재 상황 하에서 파격적으로 북한 편만 들수 없기 때문에 제재 해제를 가정해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원칙론적인 사안들에 대해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