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무역전쟁 '불씨' 지피나...美 수입품에 관세 부과

2019-04-1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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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항공사 보조금 둘러싸고 무역갈등 격화

'자동차 관세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 커져

미국과 유럽연합(EU), 대서양을 사이에 둔 두 거대 경제권 간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모양새다. 미국이 에어버스 항공기 보조금과 관련해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자, EU가 이에 '맞대응 전략'으로 보복 관세를 강행한다고 밝혔기 때문.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EU는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간의 보조금 논쟁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EU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200억 유로(약 25조7292억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구체적인 관세 대상 품목의 명단을 작성했고, 오는 17일 보복 관세 대상인 미국산 제품의 리스트를 공식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앞서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는 EU의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이 미국에 악영향을 미친 사실을 확인했다"며 "미국은 이제 110억 달러의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나온 반응이다. 이와 관련해, EU는 '맞불전략'으로 보잉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근거로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그동안 미국과 EU는 보잉과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과 관련해 불법적인 보조금을 지급해왔다며 15년 가까이 WTO에서 분쟁을 벌이고 있다. WTO는 현재 양측의 민간 항공사 보조금 논쟁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놓지 않았으며, 이르면 올해 여름쯤 최종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앞서 지난 8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EU의 에어버스 보조금으로 인해 무역에서 연간 112억 달러의 피해를 봤다면서 대응조치로 고율관세를 부과할 표적의 예비 목록을 공개한 바 있다.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영국 등 에어버스 보조금에 개입한 4개국에서 수입하는 물품과 EU 28개 회원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이 나열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USTR가 공개한 관세 부과 대상 목록에는 연어와 치즈부터 헬리콥터까지 전 산업에 걸쳐 있다.

이에 EU가 내주 보복 관세 대상이 공개되면 양국간 무역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초 미국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EU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EU도 이에 대한 맞불전략으로 청바지, 땅콩, 오렌지, 오토바이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해 28억 유로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또 미국이 그동안 유예했던 EU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나서자 자동차 관세 부과가 새로운 분쟁 거리가 될 전망이다.

지난 2월 미국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토대로 수입산 자동차와 그 부품이 미국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제한·보복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오는 5월 내에 결정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이 '카드'를 꺼내지 않고 있다. 

한편, 미국은 일본과도 무역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15~16일 예정된 미·일 무역협상을 앞두고 일본이 "자유무역협정이 거의 모든 거래 품목을 포괄해야 한다는 WTO의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 합의점 도출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미국에 엄포해, 미·중무역전쟁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미·일 무역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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