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상원은 8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올라온 브렉시트 연기 법안을 가결했다. 4월 12일에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지 않도록 테리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시기를 추가로 연기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브렉시트를 얼마나 연기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하원의 반대가 없을 경우 여왕의 재가를 받은 뒤 효력을 발휘한다. 만약 하원이 상원의 판단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수정사항을 반영할 경우 상원으로 되돌아간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는 오는 10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브렉시트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브렉시트 추가 연기 방안을 승인해달라고 공식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는 앞서 5일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브렉시트 연기에 대한 협조 요청을 예고했었다.
앞서 EU는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승인하면 유럽의회 선거 직전인 5월 22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할 수 있게 했다. 다만 합의안이 부결되면 4월 12일까지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선택하거나,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었다.
당초 영국은 유럽의회 선거 참여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기존 입장을 완전히 바꿔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투스크 상임의장은 아예 브렉시트 기한을 1년 미루는 방안을 EU 회원국들에 공식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의회가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을 수용한다면 새로 제시했던 1년이 되지 않더라도 곧바로 EU를 탈퇴할 수 있는 옵션도 제시한다는 전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브렉시트 추가 연기 일정에 대해서는 10일 EU 정상회의에서 메이 총리의 연설에 앞서 EU 내 소그룹이 먼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인 치명적 오류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소그룹에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 아일랜드 정상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은 당초 3월 29일 EU를 탈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거듭 거부하면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자 영국 정부와 EU 간 협조를 통해 브렉시트를 4월 12일까지 연기했다.
EU는 10일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안전한 브렉시트 방향을 논의할 방침이다. 다만 EU가 이혼합의금 등 영국의 '성실한 협력'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핀란드 등 일부 회원국에서 브렉시트 연기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어 논의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