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옹닝겅(Ong Ning Geng) 씨는 직접 설립한 '초콜릿 컨시어지'라는 회사에서 다양한 초콜릿을 제작하고 있다. 비법을 만드는 데만 2~3년이 걸렸다. 옹 씨는 초콜릿의 주재료인 코코아를 71일이나 발효한다. 기존 초콜릿 발효일보다 12배나 길다. 그 과정에서 매운 국수 스프인 아삼 락사(asam laksa) 같은 전통 음식은 물론 다양한 꽃과 과일, 열매 등을 가미하면서 독특한 초콜릿 제품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현재 싱가포르, 태국 및 베트남으로 수출한다.
김치 초콜릿은 한때 '괴이한 혼종'이라는 시선을 받았다. 한국의 전통 음식인 김치가 초콜릿과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 한 몫 했다. 그런데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이러한 초콜릿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기존 초콜릿에서 벗어나 장인정신을 갖고 조국의 고유 맛을 접목시키려는 대담한 시도라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혼종' 초콜릿은 비단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만의 트렌드는 아니다. 베트남의 마루 페서 드 쇼콜라(Marou Faiseurs de Chocolat)는 베트남 고원 지대인 람동 성의 붉은 토양에서 자라는 베트남산 코코아 원두를 사용해 초콜릿을 만든다. 아니스, 카르다몸, 고수풀, 회향, 계피와 후추 등을 가미하는 것은 덤이다.
인도네시아의 초콜릿 브랜드인 크라카코아(Krakakoa)도 빠지면 서운하다. 코코아 원두를 직접 수확해 바다 소금과 후추, 칠리, 계피와 생각으로 맛을 낸 4달러짜리 초코바는 인기 상품 중 하나다. 인도네시아 물가 기준으로는 다소 고급 가격대지만 꽤나 눈길을 끌고 있다.
고온다습한 기온에서 녹기 쉬운 초콜릿의 특성상 동남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실제로 아시아 내 소비자들의 초콜릿 섭취량은 매년 세계 초콜릿의 절반 이상인 540만톤의 과자류를 먹어치우는 북미·유럽인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소비율이 낮은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각국 지역의 풍미를 담아 새로운 초콜릿 맛을 고안하는 초콜릿 생산업자들은 차라리 장인에 가까워 보인다. 고유의 맛을 담아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초콜릿 장인들의 다음 작품에 기대감이 모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