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울린 조현우 ‘선방쇼’, ‘난봉꾼’ 팔카오의 신경질 유발자

2019-03-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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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에 '눈도장', 김승규와 골키퍼 경쟁 불 붙여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독일전 영웅’으로 떠오른 골키퍼 조현우(대구)는 이후 A매치에서 한동안 장갑을 끼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조현우의 입지는 좁아졌다. 주전 골키퍼는 김승규(비셀 고베)가 도맡았다. 빌드업을 강조한 벤투 감독의 선택이었다.

조현우는 지난해 10월 파나마, 11월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두 차례 골문을 지킨 것이 전부였다. ‘국민 수문장’으로 떠올랐던 조현우는 이후 A매치에서 골문을 지키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신경질적으로 항의하는 라다멜 팔카오(왼쪽)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조현우. 사진=연합뉴스 제공]

3월 A매치 평가전에서도 선수기용 폭이 좁은 벤투 감독의 성향으로는 조현우의 출전 가능성이 많지 않았다. 22일 볼리비아전에서도 김승규가 나서 무실점으로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26일 콜롬비아전을 앞두고 김승규가 장염 증세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백업이었던 조현우에게 기회는 그렇게 찾아왔다.

조현우는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로 수차례 슈퍼 세이브를 선보였다. 한 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경기 막판 실점 위기를 연거푸 막아내는 ‘선방쇼’를 펼쳤다. 특히 골키퍼가 가장 막기 힘든 골문 앞 헤딩슛을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걷어내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콜롬비아의 간판 공격수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와 라다멜 팔카오(모나코)도 조현우의 거미손을 뚫지 못했다. 심지어 조현우에게 번번이 막힌 팔카오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졌다. 한국 대표팀의 응급처치를 위한 의학 박스를 집어던지는 등 비매너 행위를 일삼은 팔카오의 '난동'에도, 조현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평정심을 유지하며 골문을 끝까지 지켰다. 

한국은 콜롬비아와 치열한 공방전 끝에 2-1로 이겼다. 3월 A매치 평가전 2연승. 콜롬비아전에서는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홀슈타인킬)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이끌었지만, 경기 막판 콜롬비아의 파상 공세 속 조현우의 선방이 없었다면 승리를 지키기 힘든 경기였다.

콜롬비아를 이끈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도 “한국 골키퍼가 매우 좋은 활약을 보였다”며 “두, 세 차례 골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모두 막아낸 조현우를 높게 평가한다”고 극찬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조현우는 “출전하지 못하는 동안 굉장히 뛰고 싶었지만,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준비해왔기 때문에 기회를 주신 것 같다”면서 “즐거웠고, 팀이 이겨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웃었다. 이어 조현우는 “(김)승규 형이 부상으로 안타깝게 뛰지 못했는데, 계속 좋은 경쟁을 이어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현우는 이날 벤투 감독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다. 김승규와의 주전 골키퍼 경쟁에 불을 붙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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